[성공異야기]“500원으로 와이셔츠 세탁..지금의 크린토피아 만들었죠”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 인터뷰
한벌에 2500원이던 부담스러운 와이셔츠 세탁 가격을 한 벌당 500원으로 낮춰 큰 반향
병원 세탁 서비스까지 진출..“세탁업 선진화 이끌겠다”
  • 등록 2016-01-06 오전 7:00:00

    수정 2016-01-06 오전 7: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세탁 시장의 선진화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습니다. 이제는 일본에서 찾아와 비결을 묻는 수준까지 올라왔네요.”

이범돈(55.사진) 크린토피아 대표는 1990년대 초 세탁업의 미래를 봤다. 당시 국내 세탁시설은 건조기도 없는 영세한 상황이었기에 외국처럼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상 시장은 생각만큼 세탁 선진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무려 7년이나 적자 경영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도 이 대표는 자신의 철학을 바꾸지 않았다. 본사의 수익을 위해 가맹점의 마진을 낮추지 않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본사가 각 점포로부터 받는 비용 중 러닝로열티 외에 가맹비, 인테리어 비용 등 다른 부분에서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는 크린토피아의 가장 큰 운영 원칙을 끝내 고수했다”며 “사업 초기에는 노마진 철칙 탓에 로열티 수입만으로 경영이 어려워 초기 1000개 점포 출점까지 적자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시스템 구축과 시설을 들이는 데도 많은 투자가 필요해 악전고투 했지만 가맹점과 지사가 증가하면서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본사 경영이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현재 크린토피아는 전국에 2300개 가맹점을 거느리고 있다. 끝까지 원칙을 고수한 덕에 다른 세탁 서비스 업체들은 문을 줄줄이 닫는데도 꿋꿋하게 성장세를 이어갈수 있었다.

지금의 크린토피아를 있게 한 비결은 비용의 합리화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세탁소에서는 2500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가격을 받고 있었다. 이 대표는 이를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비용으로 낮췄다. 지금도 크린토피아는 와이셔츠 세탁 1벌에 99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00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수요가 빨리 늘지 않았다. 전업주부들이 빨래를 전담한다는 인식이 강해 세탁소에 맡긴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이 대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러 크린토피아 매장 앞에 와이셔츠를 전시했다. ‘와이셔츠를 맡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네? 나도 한번 맡겨볼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대표는 “심지어 매장을 찾는 고객들도 와이셔츠인지 모르게 불투명한 봉투에 담아 달라는 요청을 할 정도였다”면서 “꾸준히 선진적인 세탁 기법을 홍보한 덕에 수요가 늘어났고 2006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 R&D센터를 설립, ‘대량 세탁을 해도 깨끗한 빨래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크린토피아는 2016년을 앞두고 큰 결단을 내렸다. 병원 세탁물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시에 국내 최대인 2만5000㎡ 규모의 의료기관세탁물 전용 공장을 완공하고 의사, 간호사의 가운과 환자복, 침대시트 등 병원 세탁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의료세탁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다.

이 대표는 “현재 병원 세탁물 시장은 선진화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기존 법령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회사 차원에서도 가정용 세탁물 시장이 성장이 둔화되는 등 새로운 먹거리 발견해야 했는데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병원 관련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 병원 세탁물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세탁 사업으로 이끈 세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1990년 대 초 우리나라의 세탁시설은 건조기도 없는 영세한 상황이었고 요금도 비쌌다. 외국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에 질 좋은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다고 판단하고 세탁 시장의 선진화에 대한 가능성과 믿음을 가졌다.

-당시 세탁업이 소상공인 중심이었고 프랜차이즈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크린토피아는 매장에서 세탁물을 접수하고 세탁 전문가가 있는 지사에서 세탁하는 ‘세탁편의점’ 시스템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하면서 가장 먼저 세탁 물류시스템을 혁신시켰다. 자동 분배 컨베이어 시스템과 본사-지사-대리점을 잇는 온라인 시스템은 기업형 세탁전문점이 없었던 국내에서 세탁편의점이란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원동력이 됐다. 전국 128개 지사에서 세탁·건조·다림질까지 마친 세탁물을 2~3일 안에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7년 적자를 보면서도 버틸 수 있던 비결은.

△크린토피아의 가장 큰 운영 원칙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각 점포로부터 받는 비용 중 러닝로열티 외에 다른 부문(가맹비, 인테리어 비용 등)에서는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노마진 철칙 탓에 로열티 수입만으로 경영이 어려워 초기 1000개 점포 출점까지는 적자였다. 가맹점과 지사가 증가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본사 경영이 안정권에 접어들게 됐다.

-크린토피아의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면

△크린토피아는 업계 선두주자로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도전을 거듭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확장해왔다. 2009년에는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착안해 코인빨래방과 세탁편의점을 결합한 세탁멀티숍 코인워시를 론칭했는데 1인 가구, 싱글족이 나날이 증가함에 따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안정적인 창업 모델로도 각광받으며 현재 250여 개에 달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내년에는 1인가구, 맞벌이가구 등을 타깃으로 한 생활빨래서비스도 론칭하기 위해 여러모로 테스트 중이다.

-일본 등지에서도 크린토피아의 성공 비결을 배우러 온다. 그 비결은.

△크린토피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특성을 살려 일반 세탁소보다 30∼50% 저렴한 비용에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탁 할인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세탁 플랜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계절이 바뀌는 시즌에는 스웨터, 침구류 등의 세탁 품목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매년 상, 하반기에 3주간의 세탁 릴레이 이벤트를 진행해 다양한 세탁물을 품목별로 세탁할 수 있게 했다.

또 크린토피아는 2006년 설립된 기업부설연구소 R&D센터를 통해 섬유와 세탁에 대한 전문 연구인력들을 배치하고 크린토피아의 세탁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과학적인 세탁법을 연구해오고 있다.

-병원 세탁물 사업의 미래는.

△가정용 세탁업 25년을 가까이 했다. 외국은 의료기관 병원 세탁물이 외형도 크고 발달도 많이 됐다. 우리나라는 병원 세탁물을 영위하는 업체들이 시설도 열악하다보니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이 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병원은 늘어나는데 세탁업체들이 뒷받침을 못해준다고 판단, 크린토피아가 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시장이 1000억원 수준으로 판단되는데 더욱 성장할 여지가 크다.

-크린토피아가 진행하는 병원 세탁물 사업의 차이점은.

△오염된 세탁물을 운반하는 차와 세탁된 의류를 다시 병원에 납품하는 차는 분리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 법으로 이를 운영하라고 못박았지만 대부분이 지키지 않고 있다. 공장 시설내에서도 오염된 세탁물과 세탁된 의류는 명확히 구분지어야 하는데 이런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크린토피아 안성 공장은 선진국 기준에 맞춰서 시스템을 모두 구비했다. 우리나라 의료 세탁업도 크린토피아가 함으로써 몇 단계 격상이 될 것이다.

-2300여 가맹점을 관리하는 노하우는.

△가맹점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세탁업 자체가 젊은층보다는 노년층이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니 카드를 잘 받지 않는 관행이 유지돼 왔다. 카드 수수료가 높고, 세금을 피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카드 수수료의 절반을 본사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소비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지금 매출액의 65%가 카드 사용에서 나온다. 세탁업으로 국한하자면 경이적인 수치다. 이런 배려 덕에 가맹점이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3500개 전후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범돈 크린토피아 대표는..

1960년 출생으로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부터 크린토피아를 이끌고 있다. 선진화된 세탁 시스템 도입으로 이듬해 국무총리 표창장(국가기어)를 받았다. 현재 크린토피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일하면서 대외적으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 공쟁거리위원회 분쟁조정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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