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데이터 기술 시대, 상생의 교육훈련 패러다임

  • 등록 2019-12-03 오전 4:45:00

    수정 2019-12-03 오전 4:45:00

[이우영 한국기술교육대 기계공학부 교수]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면 지난 재난 영화들의 결말이 어떻게 바뀔까 자못 궁금해지곤 한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설리 : 허드슨 강의 기적’은 짧은 비행 위기 순간에 ‘인간 조종사’가 내린 판단과 ‘데이터에 근거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상호 비교 검증하며 조종사의 과실여부를 청문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상관관계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40년을 비행했는데 단 208초만의 일로 평가 받는다”는 설리 기장의 독백이 바로 그 상징적 의미다. 기계적 시뮬레이션 결과는 명백히 설리 기장의 오류를 증명했지만, 상황을 정리하고 판단하는데 필요한 시간적 요소, 즉 인간만의 ‘휴먼팩터’를 다시 반영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로 그의 판단도 옳았다는 결론으로 영화는 끝난다. 나는 이 영화 속에서 인간과 데이터에 기반한 AI의 적대적 경쟁관계보다는 상호보완적 상생관계를 생각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이십년간의 IT시대를 뒤로 하고 DT(Data Technology)혁명에 기반 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빅토르 마이어 쇤베르거(Schonberger) 옥스퍼드대 교수는 “빅데이터는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해 주는 안경”이라 말한다.

그 요체는 인간의 선택이나 의사결정 행위들을 ‘논리적 인과관계’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대신 ‘패턴이나 상관성’을 찾아내 적합한 이해와 통찰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상관성은 어떤 일이 왜(Why) 벌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What)이 지금 일어나는 중이라고 정확히 알려 준다.

이러한 데이터 기술은 수년 전부터 인터넷 서점 아마존, 인공지능 바둑 알파고, 온라인 영화 대여 넷플릭스에서부터 항공기 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 및 항공권 가격 예측 기업 페어캐스트 등 모든 산업, 문화, 예술, 소셜 영역에 까지 확장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신간이 나오면 온라인상에 리뷰를 쓰고 책을 추천하는 유능한 도서 비평가와 편집자에 의해 운영되었다. 그러나 창업자 제프 베조스(Bezos)는 바로 개개인의 구매나 독서 이력을 담은 데이터를 활용, 개인 취향에 맞춰 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판매량을 비교한 결과 데이터에서 나온 추천 리스트의 책들이 훨씬 더 잘 팔렸다. 결국 아마존의 유능한 편집팀은 해체됐고, 아마존의 많은 경쟁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I의 발전은 인류사에 생물학적 진화 못지않은 큰 변곡점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견이 지배적이다. 기록이 시작된 이래 축적해온 수많은 혁신적 기술과 문화들을 재료로 하여 갈수록 고도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스스로 진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목할 것은 AI가 이끄는 디지털경제는 이에 적응하는 새로운 근로자에 대한 요구다. 그간 이루어져 왔던 전문분야별 분절적 지식이나 기능 습득에서 벗어나 축적된 전문역량에 기업 내 데이터 활용능력을 겸비한 역량이 요구된다.

이로 인해 기초에서 심화수준까지 기술과 기능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지게 되었다. 문제해결 중심의 강화된 현장학습을 필요로 하며, 기술 고도화에 따른 훈련수준의 양극화 트렌드로 중간층 숙련인력의 감소가 예측된다.

평생 직업교육훈련에 열성을 쏟아온 필자로서는 우리가 데이터 기술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분야의 육성과 함께 ‘휴먼팩터’ 융합분야도 육성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는다. 아울러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양성은 생애 전주기에 걸친 평생학습의 확산과 함께 정부 부처 간 강력한 협업을 강화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학과 기업 혹은 민간 훈련기관들 간의 인재양성 경쟁을 상호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협업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새해부터는 우리 미래세대를 위하여 초중등 교과서에 성공한 AI 기업가, AI 시대의 민주시민 함양 등을 주제로 하는 내용이 첫 장에 실리길 기대해본다. 어제 ‘한강의 기적’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오늘 ‘AI 교육훈련 강국 코리아’로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갖는 나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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