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사업 쥐락펴락…"임대주택 유무 따라 심의 통과"

현행법상 임대주택 의무 건립은
용적률 상향을 전제로 한 조건부
3월부터 ‘기부채납’ 유형으로 인정돼
市, 재건축 사업장에 임대주택 강권
조합 “서울시가 사업 주도” 불만
  • 등록 2019-10-10 오전 5:00:00

    수정 2019-10-10 오전 5:00:00

용산구 동부이촌동 산호아파트 재건축 예시도.
[이데일리 박민 기자] ‘임대주택 건립’ 유무가 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정비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조합에 임대주택 건립을 사실상 강권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받아들인 곳에만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시켜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사업의 초안인 정비계획안이 시 문턱을 넘지 못하면 다음 사업 절차를 한발짝도 못 떼는 만큼 조합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수긍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임대주택 확보해야 사실상 심의 통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시의 정비계획안 심의를 통과한 단지들은 모두 ‘임대주택’ 건립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현행법상 재건축에 따른 임대주택 건립은 의무사항이 아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선택사항이다. 용도지역별로 부여된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 기준을 초과해 더 높게 아파트를 지을 경우에만 공공성 확보를 위해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임대주택을 기부채납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서울시는 이를 토대로 재건축 사업의 임대주택 추가 건립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다. 기존에 조합이 세웠던 임대주택 가구 수까지 조정해 ‘임대주택 기부채납방식’을 선택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재건축을 추진중인 ‘산호아파트’는 기존 정비계획보다 임대주택을 더 짓기로 하면서 지난달 4일 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당초 이 단지는 기존 555가구를 허물고 총 655가구를 지을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법적 상한 용적률을 281.61%까지 높이고 대신 임대주택 34가구를 지을 예정이었다. 조합은 이 계획안을 만들어 지난해 12월 도계위 문을 두드렸지만 공공기여 계획이 미진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조합은 올해 5월 도계위 소위원회 자문결과를 받아들여 기부채납하는 임대주택 40가구를 추가해 임대주택을 총 73가구(전체 672가구)까지 늘리기로 했고, 결국 심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시 건축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야 최종적으로 정비계획안이 확정되지만 이번에 까다로운 도계위 문턱을 넘었다는 점에서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구로구 오류동 현대연립도 지난달 19일 임대주택을 새로 짓기로 하면서 4년 전 세웠던 정비계획안 변경 인가를 받았다. 용적률을 220.83%까지 상향해 층수를 기존 평균 7층 이하에서 13층 이하(최고 15층 이하)로 더 끌어올리는 대신 임대주택을 41가구 건립하기로 했다. 31가구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의무건립이고, 10가구는 기부채납 해야 하는 몫이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도로를 기부채납할 계획이었지만 시에서 기능이 떨어진다며 임대주택을 지으라고 권고해 이를 받아 들였다”고 말했다.

시가 임대주택을 강요하다보니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장마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건축 조합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 건립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심의에 상정조차 못하다보니 결국 사업을 주도하는 건 조합이 아니라 행정당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민간에 임대 공급 떠넘기며 조합원 갈등 부추겨

서울시가 공공이 짊어져야 할 임대주택 공급 책임을 민간에 미루면서 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 시에 정비계획안을 제출한 용산구 동부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은 계획안을 놓고 주민간 내분을 겪고 있다. 이 단지는 당초 임대주택 건설 의무가 없는 ‘1대 1 재건축’ 정비계획안을 세웠지만 시가 도로 등의 기반시설 대신 임대주택을 기부채납하라고 요구하면서 조합은 이를 수용해 계획안을 마련했다. 기존 250가구를 허물고 임대주택 50가구를 포함해 총 300가구를 짓고, 인근 파출소 부지도 신설해 임대주택과 함께 기부채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이 조합 총회에서 임대주택을 짓는 내용은 의결한 사안이지만, 파출소 부지까지 기부채납하는 안건은 논의된 바가 없다며 정비계획안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 제기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9월말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민원 제기로 심의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비계획안은 주민에게 알리는 공람공고를 거치지만, 조합 총회를 거쳐 의결해야 하는 사항은 아니다”며 “해당 정비안에 조합 내부 이견이 있다면 향후 사업시행계획을 세울 때 종회를 거쳐서 확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초구 방배동에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방배임광1·2차’ 아파트도 지난해 7월 서울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비구역지정안이 통과됐지만 임대주택 비율을 줄이자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한동안 사업이 지연되는 고초를 겪은 바 있다. 주민공람과정에서 임대주택 비율 등을 놓고 일부 주민이 반발하면서 최종 승인이 지연돼 오다 지난 5일에야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시가 주거복지 차원에서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를 빌미로 심의 당락을 좌우하는 건 직권남용 측면이 있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 상한제 이슈도 걸려있는 상황에서 조합원 주머니를 털어 임대주택 건설비용을 감당하는 건 커다란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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