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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 시간 단축 또한 생산성 향상과 연계돼야 한다. 생산성 향상 없는 근로 시간 단축은 결국 기업과 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근로시간을 단축해서 생산성을 올리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올려 근로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순리다. 돈을 쓰면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아는 평범한 상식이다.
그렇다면 왜 ‘일자리 정부’에서 이런 일자리 대란이 벌어지고 있을까 하는 본질적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옛 소련의 계획 경제에서는 농산물과 자동차, 그리고 비누와 치약까지도 최적의 생산을 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급하고자 노력했다. 경제가 단순할 때는 계획은 나름 작동했다. 그러나 경제가 복잡해 지면서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더 많은 사람을 투입해 더 정교한 계획을 만들고자 최선의 노력을 할수록 계획은 더 빗나갔다. 결국 닫힌 단순계의 계획 경제는 열린 복잡계의 시장 경제에 밀려났다.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늑대를 잡은 결과 과도하게 번식한 사슴들이 식물 뿌리까지 파 먹은 결과 결국 사슴들의 대량 아사로 이어진 미국 옐로스톤 국립 공원의 유명한 사례를 상기해 보라.
그렇다면 ‘일자리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자리는 생산과 소비의 연결 고리다. 일을 통해 생산에 기여한 성과의 일부를 임금으로 분배 받아 소비를 하는 것이다. 복잡한 시장 경제에서는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으로 시장에서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얻고자 치열하게 경쟁한다.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과 부가가치 분배의 순환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된다. 일자리는 부가가치 함수인 것이고 부가가치의 합이 국내총생산(GDP)이다.
그렇다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을 혁신 성장의 관점에서 재조명해 보자. 혁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창조적 도전이다. 혁신은 돌연변이와 같이 대부분 실패한다. 실패를 지원하는 혁신의 안전망이 필요한 이유다. 환경에 최적화 한 돌연변이 개체가 적자생존 하듯 엄청난 시장 경쟁에서 선택된 소수의 합리적 혁신이 사회적 부가가치를 만들어 국가는 발전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게 하이에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 성장 투자는 기업의 초과 이익에서 비롯된다. 번성하는 국가는 기업과 스타트업 벤처의 혁신으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개별 일자리 보호와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이 국가 전체 일자리를 줄인 사례는 차고 넘친다. 계획에서 시장으로 일자리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