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공포' 휩싸인 여의도 오피스시장…임차인 모시기 '쉽지 않네'

동여의도 오피스 공실률 급증
LG그룹 계열사 마곡 이주 여파
여의도권 공실률 작년보다 3%포인트 상승
재건축도 활발…공급부담 커질 듯
  • 등록 2018-03-30 오전 5:33:00

    수정 2018-03-30 오전 7:48:59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대한민국 금융 중심지로 불리는 서울 여의도 오피스 시장에 ‘공실(빈 사무실) 공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빈 사무실이 많아 빌딩 절반 이상이 텅텅 빈 일부 건물 임대인은 올 들어 ‘렌트 프리’(입주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정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것) 기간을 3~4개월 이상으로 대폭 늘리고, 입주 전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원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동여의도에 둥지를 틀었던 LG그룹 계열사들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로 줄줄이 이사한 ‘마곡발(發) 이주 충격’ 여파가 지속되는데다 한국교직원공제회(더케이 타워) 빌딩, 여의도 우체국, 옛 MBC사옥 등이 재건축을 통해 대어급 오피스로 들어설 예정이라 공급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동여의도 IFC·전경련 빌딩 ‘텅텅’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젠스타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여의도권(YBD) 공실률은 10.3%로 지난해 같은 달(7.3%)에 비해 3%포인트 늘었다. 이는 나머지 3대 권역인 강남권(GBD·7.2%→ 6.8%), 도심권(CBD·9.8%→ 10.2%) 증가폭을 압도하는 수치다.

이처럼 여의도 공실률이 대거 높아진 이유는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빌딩을 임차하고 있던 LG CNS와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들이 마곡지구에 있는 LG사이언스파크로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차화현 젠스타 선임연구원은 “전경련 회관은 전 층(50층)의 거의 30%를 차지하던 LG CNS가 빠진데다 ‘최순실 게이트’ 영향으로 회원사들이 대거 이탈해 한 때 존립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지난달 한국투자캐피탈, 네오텍 인베스트먼트, 그린에너지 파트너스, 포커스 미디어 코리아 등 일부 기업이 입주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여전히 10곳 중 4곳은 비어 있을 정도로 공실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런 상황에서 이달 교직원공제회 사옥이 3년 간의 공사를 마치고 이달 말부터 입주할 예정이다. 신사옥은 연면적 8만3333㎡, 지하 5층~지상 27층 규모다. 이 빌딩에는 기존 동여의도에 몰려 있던 KB금융 등 KB그룹 계열사들이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또 상반기 안에 동여의도 주한인도네시아 대사관 옆으로 행정시설과 상가·오피스텔로 구성되는 나라키움 여의도빌딩(지상 6층~지상 23층·연면적 4만606㎡)이 입주를 시작한다. 오는 2020년에는 여의도 파크원(최고 69층·연면적 39만 1067㎡)과 여의도 우체국(지상 최고 33층·연면적 6만8000㎡)이 완공된다. 지하철 여의도역에 바로 붙어 있는 사학연금 사옥은 내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가 벌써부터 임차인 유출이 나타나고 있다. 이 건물은 2022년 최고 40층의 건물로 재탄생한다.

가뜩이나 빈 사무실이 많은 상황에서 재건축에 따른 공급 부담까지 겹치자 임대인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여의도 IFC 건물 중 가장 공실률이 높은 THREE IFC의 경우 이달 현재 공실률이 72%로 10곳 중 3곳만이 임차인이 차 있는 상황일 정도로 심각하다. IFC 입주를 고려 중인 한 중소기업 사장은 “임대인이 최소 석달 간 임대료를 받지 않고, 평당(3.3㎡당)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원해 실질적으로 3000만~4000만원은 아낄 수 있는데다 계약 기간도 5년으로 길어 입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렌트프리 ‘깜깜이’… 공실 늘지만 임대료는 ‘요지부동’

이처럼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임대료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피스 시장이 임차인 우위 시장으로 재편된 지 오래지만, 임대료는 전혀 내려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여의도권역 오피스 임대료(3.3㎡당)는 지난해 2월 6만7120원에서 올 2월 현재 6만7416원으로 오히려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권역(3.3㎡당 7만6723원→ 7만7703원)과 도심권역(3.3㎡당 8만9991원→ 9만1348원)이 공실률이 줄면서 임대료과 소폭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실질 임대료와 기준 임대료값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입차인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선 임대인들이 렌트 프리 혜택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깜깜이’로 운영된다. 즉 계약서상으로 입주자들이 내는 임대료는 현 시세대로 이뤄져 기준값이 전혀 내리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인센티브를 통해 할인해주는 개념이다. 문제는 렌트프리를 받게 될 경우 계약 기간이 장기간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타 건물주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임차인과의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어 렌트프리나 인테리어 비용 보존 등 혜택은 철저히 비밀계약으로 진행해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렌트프리 등) 혜택을 받으면 당장 이득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단기계약은 어렵기 때문에 비싼 여의도 임대료를 감안하면 결코 임차인에게 유리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올해는 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수급 불균형, 기업들의 도심 외곽이나 신도시 이전 등을 감안하면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 시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박성식 체스터톤스 이사는 “오피스 시장은 공급보다는 임차인 수요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경기 호조가 기업 수요를 늘릴 수 있다”며 “재건축 공급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의도는 향후 수년 간은 임차인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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