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시세 3억원이 조금 안되는 이 단지의 아파트 집주인은 최근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4억5000만원에 집을 내놓고 싶다. 천천히 해도 되니 매물을 온라인포털 사이트 등에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요구에 응했지만 시세 차이가 크단 점에서 부담을 느낀 중개업자는 몇 시간 만에 포털사이트 광고를 내렸다. 그러자 집주인은 항의전화를 걸어 “왜 중개업소에서 시세를 조정하려 하느냐”고 따졌다. 중개업자는 “과도하게 비싼 값을 부른 집주인이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아파트단지 입주민들은 온라인까페에서 “중개업자를 시장교란 혐의로 신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신설된 정부의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엔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이들의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중개업자를 신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입주민들이 신고 대상으로 나타났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4일 기준 257건으로 집계됐다. 감정원이 지난달 21일 신고센터 문을 연 뒤 하루 평균 20건 정도씩 신고가 이어진 셈이다. 앞서 감정원이 2018년 10월부터 운영했던 ‘집값 담합 신고센터’에 1년 동안 접수됐던 175건을 벌써 넘어섰다.
신고 대다수는 수도권에 몰렸다. 인천 남동구가 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수구가 13건으로 뒤를 이었다. 남동구는 수인분당선과 제2경인선 등이, 연수구는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B 노선 등이 교통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곳이다. 인천은 이번주 집값 상승률이 0.42%로 전주(0.40%)보다 더 뛰는 등 12·16 대책 후 수용성(수원· 용인·성남)에 이어 풍선효과가 나타난 지역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급속히 오르면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호가를 띄우면서 일부 시장교란 의심 행위가 벌어질 수 있다”며 “행정상 규제로 이를 빨리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인천에 이어 경기 용인 수지구에 12건, 남양주 11건, 화성 10건 등으로 집계됐다. 인천과 더불어 ‘풍선효과’로 최근 집값이 적잖이 오른 지역들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입주자 모임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특정가격 이하로 중개를 의뢰하지 말도록 유도했다거나 특정가격 이하로 거래하는 중개사무소를 이용하지 못하게 권하는 행위들이 주요한 신고유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고센터의 신고대상엔 △중개사가 의뢰인의 거래가격 의사와 다르게 가격조정을 담합하거나 저가의 허위·미끼 매물등재하는 경우 △중개사에 매물을 시세보다 현저히 높게 표시ㆍ광고하도록 강요하는 경우 △실제 계약 행위 없이 마치 계약을 한 것처럼 실거래 신고하는 자전 거래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행위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한편 서울은 신고 건수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성동구 4건, 강북구와 강동구 각 3건 외엔 22개 자치구에서 1~2건만 신고가 이뤄졌다. 감정원 관계자는 “접수된 신고 내용의 적격 여부를 엄밀히 따질 것”이라며 “집값 담합 등의 행위로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