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연의 패션톡]변화가 만든 청바지의 신분상승

  • 등록 2019-01-25 오전 6:02:00

    수정 2019-01-25 오후 1:59:36

[김자연 구찌코리아 플래그십 총괄이사] 뉴트로(New-tro) 패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뉴트로는 1980~90년대의 복고 패션(Retro)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새롭게(New) 해석한 패션을 의미한다. 뉴트로 패션 열풍의 진앙지는 10대 청소년인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청소년)다. 레트로 패션에 취했던 10대가 뉴트로 패션으로 이동하며 대세로 부상했다. 뉴트로 패션의 인기는 1980년대 유행
한, 하의와 상의 모두 데님을 입는 이른바 ‘청청 패션’을 올 봄 트렌드로 다시 불러왔다.

데님이 인기를 끌면서 ‘슈프림’, ‘오프 화이트’ 등 하이앤드 스트리트 브랜드부터 ‘구찌’, ‘발렌시아가’ 등 럭셔리 브랜드까지 각자의 스타일을 살린 다양한 청바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패션 피플 사이에서는 어떤 핏의 청바지를 선택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지가 패션 감각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을 정도다.

사실 청바지처럼 패션의 역사에서 신분상승을 크게 이룬 아이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청바지는 1800년대 골드러시 당시 광산 노동자들이 애용하던 작업복이다. 주요 소재인 데님 천은 광산 노동자들이 사용하던 텐트에서 찾았다. 리바이스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진(Jean, 올이 가는 능직 면포로 만든 옷)의 창시자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튼튼하고 찢어지지 않는 데님으로 처음 작업복을 만든 사람은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다.

진이라 불린 이유는 데이비스가 파는 데님 천의 주 거래처가 이탈리아 제노바(Genova)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우스는 제노바에 있는 가장 큰 거래처였고, 그가 만든 진이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스트라우스가 만든 브랜드가 바로 청바지로 유명한 ‘리바이스’다. 리바이스의 블루진은 광부들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광산에 방울뱀이 서식해 위험으로부터 광부들을 지키기 위해 스트라우스가 데님 염색을 블루 컬러로 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아이템 ‘블루진’이 탄생할 수 있었다.

작업복에 불과했던 청바지의 신분상승을 이끈 이는 할리우드 배우 제임스 딘이다. 그가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영화에 청바지를 입고 나오면서 청바지는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됐다.

이후 청바지의 길이와 디테일이 다양해지면서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60, 70년대의 히피, 80년대의 그런지, 펑크 문화와 결합해 ‘청바지=젊음, 자유로움’이란 공식이 생겨났다.

특히 1980년대에는 당시 10대 소녀였던 브룩 쉴즈가 청바지 모델로 나서 한 달만에 청바지 200만벌이 팔리는 상업적인 성과도 있었다.

2000년대는 데님 인기의 절정이었다. 세계적인 톱 모델 케이트 모스가 스키니 팬츠의 유행을 몰고 왔다.

올해는 뉴트로라는 키워드로 과거의 스타일을 살린 청청 패션이 또 다시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어 청바지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상당히 흥미롭다.

데님은 거칠고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을 상징하는 아이템이었지만, 지금은 스트릿 패션뿐만 아니라 하이앤드 브랜드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최고의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질기고 거센 데님은 오랜 시간 변화하고 다듬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쳐 더욱 아름답고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패션 피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에게 꼭 맞는 진을 찾기 위해 수많은 청바지에 자신의 다리를 밀어넣어 봤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러한 욕구가 현재진행형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영원한 것은 오직 변화뿐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청바지는 부침 심한 패션의 역사에서 오랜 시간을 단단히 버티며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했기에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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