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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저서 ‘여행의 기술’ 출발 편에서 공항이 주는 미묘한 감정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떠나기 직전의 공항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우리들에게 가장 즐거운 여행은 출발 전 설레임을 품은 상상 속 여행일지 모른다. 상상 속 여행에서는 불편한 언어도, 달라진 물과 음식도, 계획과 예산을 맞추려 머리를 쥐어뜯을 일도 없다. 여행에 대한 욕망은 ‘떠남’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떠남’을 안내하는 곳, 공항은 과언 여떤 공간일까. 공항이 주는 감성의 이면엔 건축이 있다. 단순히 거대하고 기능적인 건축물 너머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많은 건축적 장치들이 여행객들의 여행길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먼저 공항은 ‘규모의 건축’이다. 공항은 우리가 쉽게 찾을 수 있는 건축물 중 가장 큰 규모의 ‘수평적 공간’을 창출한다. 수많은 여행객이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공항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을 위해 기둥의 수를 줄이는 것은 구조기술의 핵심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기둥 없이 만들다 보니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형태의 뼈대가 지붕을 지탱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비일상적 공간에서의 낯선 풍경들은 여행의 감성과 맞아 떨어져 떠나는 날의 기대감을 배가시킨다.
이와 함께 공항은 ‘재료의 건축’임을 빠뜨릴 수 없다. 출발(departure)을 위한 공간은 풍부한 빛과 환한 색채의 배경을 선정한다. 뿐만 아니라 표면이 매끈하게 처리된 석재로 마감된 바닥은 여행가방 바퀴가 미끄러지듯 나아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내구성의 확보와 함께 여행객의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드는 건축적 요소다. 그리고 아쉬움을 안고 긴 비행을 마친 이들을 위해 대부분의 도착(arrival) 라운지는 부드러운 카펫과 따뜻한 목재로 마감돼 있다. 여행은 돌아옴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에 귀국의 피로를 어루만지기 위한 공간의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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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