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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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한동안 살얼음판 위를 걸을 전망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이 올해 남은 기간에도 지속돼 변동성을 키울 것이란 의견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5일(현지시간)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한 금액은 순자산 기준 140억달러(약 19조원)에서 지난주 60억달러(8조2000억원)로 절반 이상 줄었다. 80억달러(11조여원)를 청산했다는 얘기다. ING그룹은 “현재 앤케리 트레이드 청산 규모는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며 “이제 시작이다”고 말했다.
실제 199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캐리트레이드에 쓰이고 있는 엔화는 총 20조달러(약 2경7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도이체방크는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 등을 토대로 추산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단기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인하를 시사하며 촉발됐다. 미일 장기금리 격차가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가 강세로 돌아섰다.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우려해 서둘러 청산에 나섰다. 저금리에 엔화를 빌려 미국 기술주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했고, 이를 엔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불과 한달 전 161엔대였던 달러·엔 환율은 전날 한때 141엔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5일 폭락했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는 6일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으나,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됐다. BOJ의 섣부른 금리인상이 위기를 촉발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이와증권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리 이와시타는 블룸버그에 “BOJ는 먼저 미국경제가 침체인지, 연착륙인지 확인한 후에 움직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9월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엔화 강세를 부추겨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B.라일리 웰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악시오스에 “미국의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만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끝날 때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계속 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