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선례는 가해 기업이 유해물질을 배출했는지 여부, 피해자에게 도달됐는지 여부,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피해자가 각각 증명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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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공장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피해자들이 해당 시설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불산 누출과 주민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해 피고의 상고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불화수소 생산 시설에서 불산이 유출돼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1인당 700만원씩의 배상을 받게 됐다.
2016년 6월 4일 피고 A사가 충남 금산군에서 설치·운영하는 공장 내 불화수소 하역시설에서 수용액 상태의 불산을 상차하는 작업 중, 하역시설 내부로 2370㎏ 상당의 불산, 하역시설 외부로 약 444.6㎏ 내지 871.3㎏ 상당의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누출된 불산이 증발해 약 33.04㎏ 상당의 불화수소가 기체 상태로 공기 중으로 확산됐다.
인근 마을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기침, 가래, 수면장애, 소화장애, 기관지 불편, 두통, 안구통증 등을 호소하면서 인근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았다. 이에 주민들은 A사에 대해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공기 중으로 확산 후 낙하…피해 발생 개연성”
이 사건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배상책임에서 인과관계가 쟁점이 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인당 위자료 500만원씩이 인정됐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환경오염피해에 대해 시설의 사업자에게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가 같은 법 제9조 제2항이 정한 여러 간접사실을 통해 전체적으로 보아 시설의 설치·운영과 관련해 배출된 오염물질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그 시설과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때 해당 시설에서 배출된 오염물질 등이 피해자나 피해물건에 도달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직접 증명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은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원심의 판단에 환경오염피해구제법상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인과관계 인정과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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