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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원조 채권왕으로 명성을 떨친 빌 그로스는 3일(현지시간) CNBC에 나와 “연방준비제도(Fed)는 치솟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처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지만, 너무 많은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에 큰 하방 압력을 가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로스는 지난 1971년 핌코(PIMCO)를 공동 설립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운 전설적인 투자자다. 이때 채권왕 명성을 얻으며 월가를 풍미했다.
그로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세를 보인) 주식시장은 부분적으로 30~40%는 낮은 금리, 특히 낮은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s)에 의해 움직여 왔다”며 “연준이 0.50%포인트, 1.00%포인트, 1.50%포인트 등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자산, 특히 주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은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저 신중한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지난 1일 기준 -0.90%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지난달 16일 연준의 가파른 긴축 전망에 -0.43%까지 상승하나 했지만, 갑자기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실질금리는 또 내려왔다.
그로스는 “역사적으로 현재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아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자주 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저금리 세계에 갇히면 경기 둔화와 맞물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건 아마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스는 “매우 신중하게 주식 종목을 고르고 있다”며 “송유관(oil pipelines) 관련주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빌 그로스는 최근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서도 “정부 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지속할 것 같다”며 “투자자들은 수익률 기대치를 낮추고 신중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부채를 두고 “현재 자본주의의 바이러스(a virus in modern-day capitalism)”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