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모델하우스 입장을 위해 예비 청약자들이 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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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통제로 강남 분양시장에 ‘로또 단지’ 열풍이 또다시 불고 있습니다. 일반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훨씬 낮게 책정돼 청약에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현상인데요. 올해 분양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등이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선 상황이라 과연 청약 흥행으로 이어질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로또 아파트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인하 압박 때문입니다. 고분양가에 따른 주변 집값 상승을 우려해 새 아파트에 주변 시세 보다 낮게 분양가를 조정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건데요.
실제 3.3㎡당 분양가가 4160만원으로 책정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인근 아파트(3.3㎡당 5000만원)와 비교하면 당첨만 되면 바로 2~3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준공 후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분양가 대비 4~5억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근 강남구 논현동에 공급하는 ‘논현 아이파크’ 역시 아파트 기준 3.3㎡당 분양가가 4015만원으로 책정돼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200~300만원이 저렴해 투자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런 아파트들은 중도금 대출 보증이 안되기 때문에 서민이나 중산층 실수요자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HUG는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인 주택에 대해서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부 건설사가 자체 보증을 통해 9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일부를 조달하도록 도왔지만, 최근 공급하는 아파트는 자체 보증 자체도 없어 당첨자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자체 조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건설사들의 이같은 계산에는 이미 중도금 대출없이도 완판이 가능하다는 점을 학습효과를 통해 알았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해 9월 강남구 개포동에 공급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중도금 대출 없이도 로또 아파트 열풍에 편승해 완판된 바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16일 모델하우스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분양 현장에는 평일임에도 오픈 시간인 10시 이전에 4000~5000여명이 몰리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이 붙은 과도한 집값 상승과 청약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분양가 통제를 지속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교육, 문화, 교통 중심지인 최고 입지인 강남에 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실수요자가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등 강화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도금 대출 규제가 결국 부자들의 배불리기로 변질돼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