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2~3년 전만 해도 IT서비스 업계는 국내 SI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대형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혈전을 치르면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이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공공 SI 사업 참여가 제한되며 서로 사업에서 겹칠 일이 없어졌다.
때문에 기업들은 자사만의 강점을 살린 사업 모델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해답은 ‘솔루션’이다. 발주처의 요구에 맞춰 IT 인프라를 만들어 주는 ‘수주 산업’에서 ‘솔루션 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구글의 인공지능 플랫폼 및 검색 엔진처럼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제공해 부가가치 창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초고속인터넷, 스마트폰, 반도체 등 하드웨어 영역에 제한된 국가 IT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IT서비스, 4차산업사회 ‘가교’로 변모
빅3 중 유일한 상장사로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SDS(018260)를 보면 이러한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SDS의 연매출은 2014년 7조8977억원, 2015년 7조8534억원, 2016년 8조180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8조4950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전통적인 IT서비스 부문 매출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 대신 솔루션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물류BPO(업무아웃소싱) 사업 매출이 2014년 2조4030억원에서 2016년 3조4380억원으로 급증해 왔다. 동부증권은 삼성SDS 물류BPO 사업이 올해 매출 3조516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산업에서 ICT는 그 자체로 사업적 의미뿐만 아니라 타 산업의 가교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SI 사업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보시스템을 기획하여 개발하고 구축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클라우드, 빅데이터로 접근성이 좋은 분야라 4차산업 신성장동력 확보 및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SDS는 2015년 9월 보안시스템 업체 시큐아이닷컴을 인수하여 보안 영역을 본격적으로 강화했으며 2014년 LG CNS는 계열사 LG엔시스의 보안사업을 이관받았다. SK㈜ C&C는 보안 자회사 SK인포섹과 클라우드 사업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응은 ICBM의 기본 전제조건인 탄탄한 보안 역량을 다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ICBM 역량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각사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사업의 그림은 각기 다르다.
삼성SDS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류 IT 사업을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 ‘첼로’. 이 회사는 최근 물류운영, 컨설팅, 시스템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첼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선보였다. 물류현장에서 사람이 관리하던 정보를 IoT 센서가 대신 수집한 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관리함으로써 스마트 물류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이다.
물류 수요 측면에서는 화물의 모니터링 및 관리에서부터 위험 탐지 및 예방, 운송수단 및 개별 물품의 실시간 추적을 할 수 있다. 또 물류 공급측면에선 창고, 항만 등 빈 공간을 감지해 공간 수용 능력을 감지할 수 있고, 교통사고 등 사건을 탐지 분석해 배송경로 설정을 최적화시키며 에너지효율관리, 고장 탐지 및 해결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수요 센싱’ 기술을 선보였다. 센싱 기술로 해외 유통사의 매장 판매 실적을 예측하고 프로모션 효과를 분석, 최적의 수요예측을 유통사에 제안함으로써 전체 공급망 운영을 효율화한다.
화학, 전자가 양대 축인 LG그룹은 전통의 제조업 강자. LG CNS는 계열사 IT를 전담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 토털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기본 생산 라인에 집중된 영역에서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요소까지 최적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장 자동화에 ICBM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고도화하고 있다. IoT 센서를 이용해 수집된 정보들을 클라우드 환경에서 빅데이터로 분석하고 작업자의 의사결정을 보조하며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비용을 최소화한다. 전 과정이 자동화되고 관리자가 직접 모바일로 제어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를 거듭 중이다.
“솔루션이 대세…韓 IT서비스 기업 잠재력 커”
SK(034730)㈜ C&C는 인공지능을 앞세워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주도에 나선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그 동안 추진해 왔던 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기술 역량을 전 산업에 접목,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행 조직을 강화했다. 기존 IT서비스 산하에 산업별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전담조직으로 각 부문별 ‘DT추진담당’과 ‘디지털 컨설팅담당’을 신설, 제조·통신·금융 등 산업별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를 적용 중이다.
특히 IBM의 ‘왓슨’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 ‘에이브릴’을 통해 산업형 인공지능 서비스 사업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의료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건양대학교 병원과 협약, 환자를 인공지능으로 진단하는 ‘왓슨 포 온콜로지’ 시스템을 내달 제공하기로 했다. 환자의 진료 기록을 근거로 방대한 의학 논문과 관련 치료 자료들을 빠르게 분석해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의사들의 정확한 치료법 제안을 도울 뿐 아니라 환자들에게는 치료에 대한 확신과 안심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구글, IBM, SAP 등 글로벌 거대 IT 기업들은 결국 이미 구축된 ‘솔루션’을 필요한 기업과 이용자들에게 제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ICBM 역량이 뛰어난 국내 IT서비스 업체들이 각종 솔루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도약하는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