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건설업계에선 박근혜 정부가 9·1대책을 발표한 2014년 하반기 이후 재건축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섰는데도, 아파트 브랜드 파워 1위인 ‘래미안’을 보유한 삼성물산만 유독 1년 넘게 수주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합병 결정 직후 삼성물산은 9000억원대 강남권 재건축 수주를 따내며 사업을 재개했다.
25일 건설업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결의한 지난해 5월 직전인 2015년 1분기 삼성물산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1154억원) 대비 58%가량 감소한 488억원에 그쳤다. 건설 매출은 전년동기(3조 3565억원) 대비 6.6% 줄어든 3조 1363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건설 매출 감소분이 전액 주택 부문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주택 부문 매출은 2014년 1분기 6617억원에서 2015년 1분기 4260억원으로 35.6%(2357억원)나 급감했다. 당시 업계에선 주택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소극적인 재건축 수주를 지목했다.
주택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사실상 다 풀어버려 업계에선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던 시점”이라며 “래미안이란 최고의 브랜드를 가지고도 재건축 수주에 나서지 않으니 전자 출신인 최치훈 사장의 숨은 의도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제 ‘자이’브랜드를 보유한 경쟁업체 GS건설(006360)은 2015년 1분기에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2조원이 넘는 신규 수주 실적을 올린 바 있다.
엘리엇 “역량 비해 이례적 실적 부진” VS 물산 “선별 수주 전략 따른 것”
지난해 6월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던 엘리엇은 주주들에게 보낸 공개 서신에서 건설 부문의 이례적 부진을 삼성물산 저평가의 근거로 들었다. 엘리엣 측은 서신에서 “삼성물산이 한국 엔지니어링 및 건설부문에서 차지하는 선두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경쟁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게 평가돼 왔다”며 “2015년 1분기 저조한 결과는 회사의 장기적인 기본 실적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의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주) 사업은 제일모직의 단순 건설 리모델링 포트폴리오와는 아주 다르다”며 “제일모직은 2014년 기준 총 건설 매출의 8%만 기여해 시너지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증권업계도 2015년 1분기 실적이 예상치보다 낮다며 ‘어닝쇼크’로 보고 목표 주가를 대거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합병안이 통과된지 두달 뒤인 9월 9000억원 규모의 서초구 신반포3차 통합재건축 수주를 따냈다. 이어 그해 12월엔 3800억원 규모의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서 GS건설(006360)과 격돌하기도 했다. 노승만 삼성물산 부사장은 “현재 삼성물산은 재건축 수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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