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좋아요'는 감시당하고 있다

인터넷·이통사·은행에 쌓인 정보
독일 젊은 정치인 나서 어떻게 관리되는지 추적
"기업은 돈벌이 활용…국가는 감시
정보의 자기결정권 지켜야"
………………………………
내 데이터를 가져다 뭐하게
말테 슈피츠, 브리기테 비어만|284|책세상
  • 등록 2015-06-17 오전 6:42:00

    수정 2015-06-17 오전 6:42:00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한 번도 의심하지 않은 일이었다. 나에 대한 정보가 데이터가 돼 나도 모르는 곳에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잘 쓰인다’니 좋은 건가. 그런데 말이다. 어느 순간 너무하다 싶다. 딱 한번 휴대폰을 들여다보게 했더니 지갑을 훑고 모든 사이트에 총총 찍힌 마우스클릭의 발자국을 좇는다. 이젠 대놓고 주민등록번호를 여기저기 들이대 의료기록을 찾아내고 모처럼 예약한 휴가여행지까지 들춰낸다. 이래도 되는 건가. 그래서 작정을 했다. 얼마나 내 정보를 꿰뚫고 있는지 한번 알아내 보자.

35830. 결과는 놀라웠다. 아니 충격이었다. 이 숫자가 혹시 복권당첨번호라도 되냐고? 그랬으면 좋으련만 번호는 ‘그들’이 엿본 내 삶의 지표다. 3만 5830줄이었다. 숫자와 기호가 암호처럼 엉켜 있는 각 줄에는 지난 6개월간 내가 했던 통화, 문자메시지, 이용한 웹사이트, 이메일이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 그것도 초 단위로 정확하게. 기록된 이 정보를 하루치로 따지니 200여개다. 7.2분 만에 한 건씩 찍힌 셈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조차 명징하게 처리해 놨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들’이 누군지를 도무지 모르겠더란 거다. 정작 누가 내 정보를 통제하고 심지어 지배하는지에 관한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던 거다. 통신정보저장법이란 실체 없는 타이틀 말고는.

이 장면이 펼쳐진 곳은 독일. 개인정보 탐험의 출발지는 이동통신사다. 믿을 만한 구석이 있었다. “정보관리자는 당사자가 요청할 때 저장된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는 독일 연방 데이터보호법이다. 그런데 웬걸. ‘말 돌려 회피하기’는 독일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고분고분 다 내줄 거라 믿었던 게 순진했다. 결국 3년간의 법정공방이 이어졌고 35830은 그 끝에 얻은 숫자다. 그러면 ‘그들’은 이동통신사인가.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여기서부터였다. 세상에 쌓이는 정보가 통신기록뿐이겠는가. 컴퓨터와 신용카드는 터치하는 족족 흔적을 남기고 CCTV, GPS는 물론 이제는 사물인터넷이라고, 별별 물건에도 다 인터넷이 달린다고 하지 않는가. 이 깊어가는 고뇌의 주인공은 저자 말테 슈피츠. 서른한 살의 젊은 정치인이자 운동가인 그는 독일 최연소 녹색당 집행위원의 경력도 있다. 하지만 더 눈여겨볼 건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인터넷을 껴안고 살아온 시절. 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온라인에서 10만시간 이상을 보낸 디지털 네이티브’란다. 그랬던 그가 안온한 ‘디지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디지털 동기들’에게 외친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빅데이터는 빅브라더일 뿐이라고. 그러곤 이동통신사를 앞세워 공공기관, 보험사, 여행사, 인터넷, 포털, 데이터뱅크 등을 헤집으며 누가 어떻게 자신의 정보를 수집·관리하며 그걸로 뭘 하는지에 대한 추적을 시작한다.

▲빅데이터? 빅브라더!

권력의 생존방식은 바뀌었다. 석탄, 금, 석유를 다 지나 이젠 정보다. 얼마나 빨리 정보를 쥐느냐에 따라 크라운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바뀐 건 또 있다. ‘호랑이는 발자국을 남기고 인간은 데이터를 남긴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정보가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있으니 빅데이터다. 아무도 이 순기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 틈을 타고 디지털기술의 진보와 맞물린 빅데이터는 대량정보화와 감시권력의 공생을 더욱 공고히 하는 중이다.

저자가 이 지점에서 쏴붙인 경고는 당사자의 뜻과 무관하게 추적·활용되는 개인정보의 위험성이다. 예컨대 별생각 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 일상의 단상을 남기고 선심 쓰듯 남발하는 ‘좋아요’가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빅데이터가 된다는 것이다. 혹시 ‘숨길 것도 없는데 뭐 어때서’라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럴까. 아무도 말로는 자신의 계좌가 텅텅 비어 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독특한 성적 취향이 있다고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데 데이터가 대신 떠벌리고 다니는 형국이라면.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어느 인터넷 대기업도 이 단계에선 착하지 않다. 관리를 하려면 감시도 불가피한 법이다. 저자가 그토록 부르짖는 ‘빅데이터는 곧 빅브라더’라는 관계의 공식이 성립되는 순간이다. 빅브라더가 빅데이터를 품고 몸집을 키울수록 감시받는 개인은 왜소해질 뿐더러 불안과 공포도 커진다.

▲“난 네가 어제 인터넷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책이 내놓은 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독일 국가정보기관이 도이체텔레콤에 요청한 고객정보 건수는 43만건이란다. 하루평균 1200번, 1분에 1회꼴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그런 정보가 필요했을까. 대량정보화의 근거는 당연히 돈이고 권력이다. 데이터를 이용한 사업모델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계가 없는 매출을 기록 중이다. 이렇게 성장한 기업은 당연히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반대급부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 편의를 봐준 만큼 국가에 정보접근권을 제공하는 거다. 저자가 볼 때 사용자의 데이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기업의 의도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감시수단으로 쓰려는 국가의 욕망과 이미 충분히 밀착해 있다.

▲‘디지털’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

저자가 볼 때 방법은 한 가지다. 정보의 자기결정권을 지켜내는 것이다. ‘내 정보에 대한 힘은 바로 나 자신에서 나오는 것’이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술 자체에는 원체 권력이 없었다. 어떤 의도로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늠될 뿐. 디지털 진보의 방향도 결국 다르지 않을 거란 얘기다.

당장 몇몇 행동지침을 내놨다. 자신의 정보가 저장·가공·전달되는 과정을 직접 결정하고, 데이터 보안을 위한 과학기술을 장려해야 하며, 모든 감시카메라의 등록정보를 내놓고, ‘메타데이터의 유출·공개·거래는 법률적으로 금지하라는 것 등. 하지만 이런 제언에도 성에 안 찼는지 저자는 자못 비장한 결론을 낸다. “우리 데이터에 대한 힘을 우리가 간직할 건가 아니면 데이터에 굶주린 기업과 국가에 내맡길 건가.”

표면적으론 정보보호를 역설하지만 저자가 책에 눌러 담은 건 디지털시대에서까지 무지와 순응, 차별과 감시를 만들어서야 되겠느냐는 우려와 당부다. 눈치챘는가. ‘그들’은 21세기형 빅브라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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