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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우선협상자에 엔텍합 컨소시엄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의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KTB프라이빗에쿼티(KTB)와 유진자산운용·SBI인베스트먼트 등 FI는 오는 22일 엔텍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 컨소시엄은 이란 엔텍합과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웨일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됐다. 동부대우전자 매각측과 엔텍합은 이달 말까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올 1분기까지 잔금납입 등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대우전자는 2000년대 초 대우그룹에서 채권금융기관 손으로 넘어가고 2013년 DB그룹이 품에 안았지만, 인수 5년 만에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된 것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국내 광주공장을 비롯해 미국·중국·칠레·멕시코·UAE·스페인·파나마·프랑스·영국·페루 등 다양한 지역에 제조 및 판매 기반을 갖추고 있다. 특히 멕시코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5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북중미 지역에서 상당한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엔텍합은 이러한 동부대우전자의 장점을 활용, 글로벌 가전업체로의 도약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국내에서 제기된 광주공장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100% 승계를 약속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광주공장 고용에 대한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며 “엔텍합은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여러 조건을 고려해 봤을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각까지 남은 두가지 숙제는
그렇지만 최종 매각 결정 단계에서는 54.2%의 지분을 보유한 DB그룹의 입장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3년 인수 당시 인수액이 2750억원(DB그룹 1400억원, FI 1350억원)이라는 점과 이번 매각액이 2000억원을 밑돌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은 DB그룹이기 때문이다.
다만 DB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만큼 FI가 내건 매각조건에 동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DB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DB그룹은 사실상 동부대우전자 사업을 내려놓고 손실을 감내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며 “이번 매각에도 큰 이견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수 기업이 이란이라는 점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어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동부제철 채권단이 이란 기업을 대상으로 추진해왔던 동부제철 당진공장 전기로 매각도 지난해 미국 경제제재 문제 등의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란 등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과의 거래에는 마지막까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