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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이르는 길이 아름답다면, 그곳에 도착하지 못하더라도 실망감은 다소 상쇄된다. 가시리는 그런 곳이다. 길게 펼쳐져 있는 유채꽃과 벚꽃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길임을 뽐낸다. 어쩌면 과거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이었던 녹산장과 갑마장을 가로지르는 길이었을 때부터 그 길의 아름다움은 찬란하게 빛났으리라.
이런 아름다운 길을 품은 가시리 마을은 제주의 목축문화를 이끌어왔다. 가시리 마을 주변 오름과 목장길을 연결해 만든 20km길이의 갑마장길을 걷는 사이사이 푸른 목초지에서 놀고 있는 조랑말과 돌담, 그 뒤에 서있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느긋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넓은 목장 부지에 조성된 조랑말체험공원에서는 조랑말박물관, 따라비 승마장 등 말과 관련된 체험을 할 수도 있다. 마을에는 순대국, 두루치기 등 맛있는 먹거리도 풍부해 허기를 맛있게 달랠 수 있다.
내부 전시관은 제주의 토종말인 조랑말과 제주의 오랜 목축문화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시된 패널들을 하나하나 섭렵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제주마’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제주마는 제주 토종말인 조랑말의 공식 명칭이다. 예전에는 과실나무 아래를 지나다닌다 해서 과하마(果下馬), 토마, 재래종 말, 제주 재래마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려왔지만 2000년부터 ‘제주마’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따라비승마장이 조성되어 있는 마을 공동 목장은 조선시대부터 최고의 말들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있던 곳이다. 이곳에서 말과 교감하며 승마 체험을 할 수 있다. 승마 체험은 트랙을 도는 기본 코스(약 1.2km)와 초원 코스(약 2.5km, 약 3.5km), 외승 코스(약 13km)로 나뉘며, 가격은 1만~10만 원 선이다. 승마 체험 외에 말 관리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말똥 줍기, 솔질하기, 안장 채우기, 먹이주기 등 말과 교감을 나누는 특별한 체험이 가능하다.
대록산(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도 놓치기 아까운 명소들이다. 특히 봄철에는 대록산 아래 초지가 온통 유채꽃 천지가 되어 바람 불 때마다 노란색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매년 4월경 이곳에서 유채꽃축제가 벌어진다. 따라비오름은 부드러운 능선이 몇 개씩 겹쳐 있어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언제 가도 좋은 곳이지만 특히 억새가 어우러지는 가을 풍경이 으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