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유출촉진`으로 중심이동..부작용 우려도

어차피 가야할 길..환율급락이 정부 발걸음 재촉
투자목적 부동산 취득허용도 빨라질 가능성
정책충돌 감독부실 편법유출 등 부작용 막아야

  • 등록 2006-03-01 오후 12:00:01

    수정 2006-03-01 오전 11:59:26

[이데일리 김수헌 하수정기자] 정부가 1일 발표한 외환거래 규제완화방안은 단기적 시장대응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외환시장의 구조적인 달러초과공급을 해소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외환위기 이후 `유출억제` 중심으로 운용돼 온 외환정책의 무게중심을 외환수급이 어느정도 균형점을 찾을때까지는 `유출촉진`쪽으로 확실히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 "수급균형위한 中期조치..시장 "최근 환율이 정부 발걸음 재촉"

이번 방안은 달러 출구 확대를 위한 부동산과 증권투자 규제완화, 입구차단을 위한 대외채권(수출대금) 회수면제 확대 등 수급안정 대책과 외국환은행 포지션(외화자산-외화부채) 한도완화를 통한 외환시장 안정성 강화대책 등으로 크게 요약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 권태균 국제금융국장은 "경상수지는 흑자, 자본수지는 적자를 내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일본은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가 많기 때문에 경상흑자와 자본적자를 통해 환율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놓고 외환자유화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며 수급균형을 위한 중기적 근본조치라고 말하지만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가파르고 빠른 환율하락이 미칠 경제 악영향에 대한 위기의식이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았겠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나 외환보유액 발표주기를 월 2회에서 월 1회로 조정키로 한 대목에서는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웬만한 요소들은 모두 차단하겠다는 강한 의사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주기 위한 방안이 아닌만큼 단기효과에 대한 판단때문에 외환시장에 영향이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감독기능 등이 강화되지 않으면 곳곳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해외주택, 상속도 가능해진다..작년 7월 이후 구입자부터 소급적용

실수요 목적 주거용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의 방향은 두가지다. 현행 100만 달러로 묶어놓은 취득한도를 폐지하고, 귀국일로부터 3년 이내 처분의무도 없앤다.

이렇게 되면 남는 규제는 처음 해외주택을 구입할 때 2년 이상 해외에 체재할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외국환은행에 제출하는 정도다. 예를 들어 유학생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엄마나 아빠가 해외에 나가 주택을 구입하고, 2년 거주요건을 채운 뒤부터는 귀국여부와 상관없이 임대, 증여, 상속, 거주 등 어떤 용도로도 주택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 개정규정은 지난해 7월 이후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부터 소급적용된다. 해외주택 취득신고는 그동안 단 한 건도 없다가 지난해 7월 1차 한도조정 뒤에야 비로소 처음 접수됐기 때문이다.

귀국시 3년 내 처분의무는 밖으로 유출된 달러는 그 목적이 다하면 다시 국내로 거둬들인다는 유출억제 중심의 외환정책기조때문이었다.

이를 유출촉진쪽으로 돌리기 위해 재경부는 지난 7월 한도확대(30만달러에서 50만달러)와 2년 거주 증빙서류 사후제출허용, 올 1월 한도 100만 달러 재조정 등의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적은 미흡했다.

황건일 외환제도혁신팀장은 "취득신고 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4.3건에 141만달러, 올 1월 13건에 480만달러, 올 2월1일~15일까지는 16건에 574만 달러로,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번에 사실상 전면 자유화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앞으로 취득실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재경부는 처음부터 투자목적으로 해외부동산을 취득하는데 대한 규제완화는 상반기 중 마련할 외환자유화 조기방안에 반영해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달러 잘벌어 고민..수출달러 외환시장 영향차단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조치는 기업들이 보유한 수출채권 등 대외채권 회수면제금액을 상향조정한 점이다. 지금까지는 건당 10만달러가 넘는 수출대금은 만기일로부터 1년 6개월 이내에 회수(3년 범위내 기간연장가능)해야 했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50만달러까지는 달러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아도 된다.

권태균 국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액 가운데 건당 50만 달러가 안되는 수출비중이 56%에 달하는데, 이 돈은 기업의사에 따라 해외운용이 가능해졌다"며 "외환초과공급해소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이 달러를 많이 벌어들이는 것도 외환시장 압력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이를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남아 콘도 골프회원권 구입 늘까

국세청 통보대상을 축소한 조치도 두드러진다. 정부는 지금까지 일정금액 이상 외환거래정보에 대해서는 과세자료수집과 외환거래 자유화에 따른 속도조절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위해 국세청에 통보해왔다.

통보대상은 ▲연간(누적) 1만달러 초과 증여성지급 ▲1만달러 초과 해외예금 ▲5만달러 초과 외국 부동산시설물(콘도 골프장 등) 회원권 취득 ▲20만 달러 초과 해외부동산 취득 ▲연간 누적 2만달러 초과 신용카드 대외지급 실적 등이다.

재경부는 일부 통보대상 중에는 거래 당사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줘 건전한 외환거래까지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콘도 골프장 헬스클럽 회원권 등 부동산시설물 이용권은 10만달러 초과, 부동산은 30만달러 초과, 해외예금은 연간 5만달러 초과로, 통보기준을 크게 높였다.

가격이 싸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동남아지역 콘도나 골프 회원권 가격이 5만달러 안팎~8만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들 회원권 구입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부동산 시설물 이용권 취득실적은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17건, 60만 달러에서 올해 1월 한달에만 35건 140만 달러로 크게 늘고 있다. 해외예금(송금기준)도 지난 2004년 개인과 법인 합쳐 10억 3700만 달러에서 2005년 20억 7400만 달러로 두배 증가했다.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제한도 완화돼 일반펀드는 현재 자산총액의 5% 이내에서만 해외펀드에 투자할 수 있지만 앞으로 20%이내로까지 확대된다.

자산총액의 50% 이상을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이른바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의 경우에는 같은 외국자산운용사 펀드에 대해서는 투자한도가 자산총액의 50%이내로 묶여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앞으로 100%까지 확대됨에 따라 한 운용사 펀드에 자산을 모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재경부는 "이와 관련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경부는 외국환은행의 외국환포지션(외화자산-외화부채)의 경우 각 통화별 매각(매입) 초과 합계액을 전월말 자기자본의 20%까지 허용에서 30%까지로 풀어준다.

◇문제점은 없나..정책충돌 부실감독 가능성 지적도

이번 조치는 주거용 해외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도 사실상 투자목적 용도전환을 허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오는 2008년까지 투자목적 부동산 취득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외환자유화 일정과 충돌이 예상된다.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이후 2년 거주요건을 충족키로 서약서를 내고 주택을 취득한 사람이 이 요건을 못 채우면 부동산을 처분케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그러나 그 중간에 정부의 외환자유화 조치에 따라 투자목적 부동산 취득이 전면허용될 경우 처분을 강제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사실상 지금부터 투자목적 부동산 취득이 허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태균 국장은 이에 대해 "투자목적 취득은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허용해 나갈 것이며 우선 금액기준부터 서서히 풀어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투자목적 외환거래 자유화 일정은 상황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차피 30만 달러 이상 부동산 취득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통보되기 때문에 여전히 부동산취득에 대한 심리적 걸림돌은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 국장은 이에 대해 "이번 방안마련 과정에서 해외 부동산업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2년 거주 뒤 부동산값이 떨어지거나 매각이 어려울 경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가장 큰 심리적 부담요인이던 귀국시 처분의무를 풀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부동산 취득 활성화는 이번 방안 중 외환수급안정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채권 회수면제 금액을 50만달러로 대폭 상향했기 때문에 해외에서의 불법적인 자금운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컨대 수출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않고 해외에서 불법적으로 부동산을 취득,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0만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지난해 전체 수출대금 중 비중이 26%밖에 안되지만 이를 50만 달러로 올리면 비중이 56%로 껑충 뛰게 된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관세청과 금융감독기관의 감독시스템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이 1차적으로 수출금액과 실제 유입금액간 차이가 심할 경우 무역을 통한 경상거래가 자본거래(부동산 주식취득 등)로 연결됐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과연 엄청난 건수의 수출대금과 유입액을 관찰하고 미회수 금액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황건일 외환제도혁신팀장은 "면제금액은 규정상 인정된 거래(주식취득 등)에만 활용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비업무용 부동산 취득 등 불법운용적발은 감독기능강화를 통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콘도나 골프장회원권 구입이 크게 늘어날 경우 국내 관광서비스 산업에 대한 타격도 우려된다. 특히나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밖에서 새는 소비를 안으로 거둬들이겠다는 정부의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과도 다소 충돌이 예상된다.

해외호텔건설이나 실버타운 등 서비스형 투자활성화 방안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은 이같은 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한 시장반응은 대체로 중립적이다. 그러나 단기효과보다는 중장기적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재경부는 외국환은행 포지션 한도완화는 달러유출을 촉진하기 보다는 와횐사장발전을 위한 조치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외환시장의 하루 거래규모가 일본의 10분의1, 홍콩의 5분의1 수준인 20억 달러밖에 안되고 참여기관도 50여개 밖에 되지않아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권 국장은 "이달중으로 IMF의 전문적인 자문을 거쳐 국내외 선물환시장 제도개선방안 등 외환시장 폭과 깊이를 확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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