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도 여의도연구원보다 덜 할 뿐 비슷한 지적을 받았다. 선거 전 정책 조언 등에 있어 미진했다는 지적이 여럿 있었다. 민주연구원 출신 정치권 인사는 “세속적으로 말하면 선거연구기관”이라고 말했다.
|
◇연구보고서 절반이 10페이지 미만
실제 정책연구원의 두드러진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연구보고서는 이런 정당 정책 연구소들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2023년 한 해 동안 여의도연구원이 낸 연구보고서는 총 65건이었다. 이중 5페이지 이하 연구보고서가 전체의 절반 이상인 33건이었다. 10페이지 이하 보고서 개수를 더하면 그 비율이 84%에 이른다. 그나마 가장 두꺼운 보고서는 55페이지 분량의 ‘총선 정책공약개발 : 보건/복지/안전분야’였다.
민주연구원은 여의도연구원보다 사정이 나았지만 10페이지 이하 분량 보고서가 적지 않았다. 보고된 보고서 77건 중 절반가량인 39건의 분량이 10페이지 이하였다. 상당수 연구보고서의 연구기간이 한 달 이하였다.
“인력 부족하고 예산 독립성 낮아” 하소연
부실 보고서 논란에 연구원 측도 할 말은 있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에 게시된 ‘2023년도 정기보고서’에 따르면 여의도연구원의 박사급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이보다 더 줄었다는 게 정치평론계 전언이다. 박근혜 정부 전까지 박사급 인력 수만 20명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여의도연구원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이다.
그나마 석사 인력 31명이 여의도연구원에서 연구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의도연구원 관계자는 “정책실도 전문인력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보다 당 내부 인력을 활용한 경우가 더 많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 정책연구소는 정당법에 따라 정당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 중 30%를 지원 받는다.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여의도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의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모두 연간 예산은 80억원 정도다. 비슷한 연구인력(17명)을 보유한 국회미래연구원이 쓰는 돈의 2배 정도다. 해외 유명 정책연구소와 비교하면 연구비가 적은 게 사실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정치권에서는 정당정책연구소가 정당에 종속돼 본연의 정책연구·개발 업무를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었다. 예컨대 예산과 인력 모두 정당에 종속돼 있는 상태에서 역대 원장 대부분도 당대표가 지명한 정치인이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정책연구소에 할당된 보조금 전부를 고유 기능에 쓰지 못하는 게 문제”라면서 “경상보조금을 줄이더라도 별도 기부금을 받거나 출판업 등 수익 사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선거가 너무 자주 오니까 정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독자적인 연구를 하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논다는 비판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굉장히 모순적”이라면서 “정책연구소의 숙명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