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병준 “지방 없었던 6·1지선… 정당 책임 방기 그만”

김병준 전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인터뷰
“진영구도로 치른 6·1지방선거, 중앙정치 예속화 가속”
“지방자치·균형발전 정책 제로… 교육감 선거 가장 문제”
“정치권 반성하고 지방선거제도 개편 이제라도 논의해야”
  • 등록 2022-06-02 오전 6:00:00

    수정 2022-06-0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성곤 이정현 기자] “중앙정치에 예속돼 지방이 사라진 지방선거가 돼버렸다.”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이같이 말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 정책이 사라지고 진영구도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 대해 “지방화 시대를 어떻게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진 선거”였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 분열된 진영구도가 그대로 지방선거까지 이어졌다”며 “지방에서조차 중앙의 정치논리를 가지고 다투다 보니 정작 지방이 사라진 선거가 돼버리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지방선거와 관련된 지역 개발 등 정책 이슈가 가라앉다 보니 유권자 역시 중앙정치권을 보는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병준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사진=이영훈 기자)
판 커졌으나 ‘지방’ 실종돼 본말 전도돼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장이나 이번 6·1지방선거는 다른 국면으로 치러졌다. 20대 대선이 끝나고 85일 만에 치러진 탓에 대통령 선거의 연장전 성격이 강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야당은 정권 견제론을 내세워 접전을 벌였다. 앞서 치렀던 지방선거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으나 이번만큼 중앙정치와 결부된 적은 없었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뛰었던 인사들이 출마하면서 외형적으로 판이 커진 탓도 있다.

포퓰리즘 경향도 짙어졌다. 각지의 후보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을 남발하면서다. 김포공항 이전과 서울-제주 KTX 건설 등을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매니페스토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원내 정당 시도지사 후보의 공약 관련 예산만 한해 지자체 예산의 세 배가 넘는 980조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부풀리다 보니 가능성 없는 공약이 쏟아졌다”며 “정책 이슈에 관심이 없고 진영 다툼이 이어지다 보니 파격 경쟁만 하는 거다. 현실성이 없더라도 화제가 되면 더 좋아하는 기현상이다”라고 비판했다.

지방선거의 중앙정치와 강하게 결부될수록 ‘묻지 마 투표’ 성향이 강해진다. 17개 시도지사 선거를 제외한 기초단체장, 광역의회, 기초의회, 교육감 선거가 그 예다. 후보가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김 전 위원장은 특히 교육감 선거 문제가 도드라진다며 “국민이 이리저리 들여다봐도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진보나 보수 등 성향만 알고 투표장에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육감 선거에서 정치를 배제한다고 해서 당적만 버리고 출마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정치가 배제됐는지는 의문”이라며 “당선된 인사의 비위가 드러난다 해도 개인 외에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방정치를 어떻게 중앙정치에서 탈피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째 제자리걸음인 현행 지방선거 개편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여야에 촉구했다.

그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정당과 속한 국회의원이 쥐고 있으니 중앙에 충성하는 이들이 나오고, 반대로 배제하니 선거의 의미가 없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정당개혁을 포함해 지방화를 위한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 정책은 뒷전이고 당선에만 목을 매서야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개념조차 낯설던 1990년대에 지방자치, 분권제를 개척했다. 충청권 수도 이전을 주장해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의 토대를 닦았다. 현 정부의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뿐만 아니라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신설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진영을 오가며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해 힘썼다.

“당선자들, 사명감 가지고 지방화 시대 열어달라”

결국 문제는 정당과 정치에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갈수록 왜곡되는 지방선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유권자 역시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방정부나 자치단체장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방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당이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 후보공천 등 지방선거의 열매만 먹고 공당으로서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4년마다 지방선거를 치르면서도 지방화 시대를 어떻게 열고, 균형발전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선거제도뿐만 아니라 정당개혁도 포함해 지방화를 위한 제대로 된 논의가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6·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풀뿌리 정치인들에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을 위한 사명감을 가져달라 당부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중앙집권체제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지방화 시대를 열어야 하는데 당연히 지방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당선자들이 열심히 뛰어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게 성공적인 지방화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것은 국가 미래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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