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이야기]경주마 교배시즌 돌입, 혈통있는 씨수말 몸값 천정부지

혈통서 가진 말들끼리 자연교배, 씨수말 교배료 수익창출
유명 씨수말 '노던댄서', 전성기 교배료 12억원 달해
국내 '엑톤파크' 1회 교배료 1200만원, 명마 탄생 기대
  • 등록 2020-03-14 오전 8:00:00

    수정 2020-03-14 오전 8:00:00

경주마. 한국마사회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봄은 말 생산농가와 목장이 분주한 교배와 생산 시즌이다. 경주마는 국제적으로 혈통서를 가진 말들끼리의 자연교배만으로 생산된다. 따라서 경주마 생산은 해외 고가 브랜드의 로열티처럼 ‘교배료’라는 수익이 창출된다.

자마들이 우승을 거듭할수록 그 종마의 교배료가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아일랜드 등 경마선진국의 종마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해외 유명 씨수말의 1년 교배료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암말 1두당 교배료가 5억원인 씨수말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년 100두의 암말과 교배를 한다고 가정할 때, 그 씨수말 소유주는 연간 500억원의 교배료 수익을 얻게 된다. 2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씨수말이 많음을 생각할 때, 우수한 말 한 마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불세출의 명마 ‘노던댄서(Northern Dancer, 1961~1990)’는 처음에 아무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외면받은 말이다. 그러나 미국의 삼관마 경주인 켄터키더비와 프리크니스스테이크스를 잇달아 우승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노던댄서는 현역에서 은퇴 후에는 씨수말로서 1971부터 1983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총 다섯 번이나 리딩사이어(Leading Sire)의 왕좌를 차지하며 경마계의 명문가를 구축했다. 리딩사이어는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로, 이 순위는 곧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노던댄서의 교배료는 1만달러로 시작해 전성기 때는 100만달러(12억원)까지 치솟아 종마의 정액 한 방울이 다이아몬드 1캐럿 값과 같다는 말을 유행시켰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노던댄서’의 영향력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현재 활동 중인 2000여마리의 국내산 경주마명을 검색하면, 두 마리 중 하나는 족보(혈통표)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수년간 한국 경주마의 리딩사이어 1위를 차지했고, 세상을 떠난 2019년에도 리딩사이어를 수성한 한국마사회의 씨수말 ‘메니피’ 역시 ‘노던댄서’의 자손이다.

반면 ‘더 그린 몽키(The green monkey, 2004~2018)’는 3대조가 ‘노던댄서’인 명문가의 후예답게 태어날 당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세 때 경매로 거래된 가격이 무려 약 190억원으로, 21년만에 세계 경매시장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경주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러나 주위의 기대와는 달리 출전하는 경주마다 졸전을 거듭했다.

형편없는 성적에도 명문 혈통에 대한 기대로 씨수말로 활동할 기회도 주어졌다. 하지만 결국 교배료 5000달러의 평범한 씨수말로 생애를 마쳤다. 현재까지도 경주마 한 마리가 벌어들인 역대 최고 상금액이 1500만달러(약 170억원)에 못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더 그린 몽키’의 사례는 경마산업에 있어서 종마시장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제주 이시돌목장의 ‘엑톤파크’가 현재 1회 교배료만 1200만원이다. 높은 교배료에도 엑톤파크의 자마이자 대통령배 4연패를 달성한 ‘트리플나인’ 같은 명마 탄생을 바라는 생산자들이 암말들을 줄 세워 대기 중이다. 2014년에 데뷔한 트리플나인의 누적 수득상금이 역대 최다인 42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말 생산농가도 어느때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더욱 우수한 국산마를 생산하기 위해 뜨거운 교배시즌을 보내는 가운데 어미 뱃속에서 330일을 기다린 망아지들도 세상을 향해 속속 고개를 내밀고 있다.

특급 씨수마로 불리는 매니피. 한국마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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