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3년차 A씨는 기약없는 전·월세살이에 스스로를 ‘임대 난민’이라 칭한다. 가점이 낮아 아파트 청약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는 사이 서울 아파트값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수준으로 올라 버렸다.
올해 만 39세인 그는 청약 가점이 40점대에 불과하다. 무주택 기간이 10년 미만(20점)으로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부부(15점)다. 여기에 취업에 골인했던 서른 살쯤 만든 청약 통장은 가입 기간이 9년 미만(10점)이어서 모두 합산해 45점에 그친다. 아파트 청약 가점 만점은 84점이다.
현재 서울의 청약가점 당첨권이 평균 50~60점에 달하고,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발표 이후부터는 강남권 주요 단지는 60점대 중후반까지 치솟고 있는 요즘엔 명함도 못 내미는 점수다.
특히 교통이 좋거나 학군이 좋은 마·용·성이나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신규 분양 단지는 분양가가 대부분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안돼 아예 청약할 엄두를 못낸다. 분양금액의 최소 70%(계약금 10%·중도금 60%)는 현찰이 있어야 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A씨는 “남들은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이 역시 목돈이 필요해 사실상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하면 꿈도 못 꾼다”며 “청약이나 기존 아파트 매수 둘 다 어려운 우리 같은 ‘임대난민’은 결국 정부가 서울 외곽에 짓는 공공임대주택이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문제는 이 역시 소득 기준에 밀려 아예 청약 자격을 갖기도 어려워 서울에서 임대로 계속 살든지 아니면 서울 외곽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달 강남구 수서역세권에서 공급한 신혼희망타운은 혼인기간 7년 이내 맞벌이 신혼부부가 총자산 2억9400만원 이하이면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월 702만원) 이하여야 청약이 가능했다. 직장 10년 차인 웬만한 맞벌이 부부는 소득 기준에 걸려 청약도 불가능했지만, 청약 경쟁률은 평균 61대 1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