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저 미분양 한달새 65% 급증…'속타는 지방'

제주 올 공급단지 순위 내 청약마감 실패
지난달 미분양 급증하며 '미분양관리지역' 지정
지방 전체 미분양, 전년 동기 대비 40% 늘어
이달에도 지방서만 2만가구 입주 앞둬
  • 등록 2017-05-04 오전 5:30:00

    수정 2017-05-04 오전 5:30:00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청약 규제를 피해 간 부산과 행정수도 이전 호재가 있는 세종시를 제외한 지역에선 가격 하락세가 지속하고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이 늘어나고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행되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 침체 뚜렷…제주까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전락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0.03%)을 크게 웃도는 0.11%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 아파트값은 0.04% 하락했다. 지난달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0.05%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0.01% 이상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집값 상승률이 7%를 웃돌며 지방 주택시장의 대장주로 꼽혔던 제주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청약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전락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는 모두 10곳으로 이 가운데 순위 내 청약 마감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지난 3월 46가구 모집에 나선 ‘제주 일이삼타운’에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고 지난달 분양한 ‘제주 함덕 해밀타운’은 56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28명에 그쳤다.

미분양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제주지역 미분양 주택은 1월 353가구에서 2월 446가구로 늘어나더니 3월에는 735가구로 전달(446가구)보다 64.8% 가량 급증했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28일 제8차 미분양관리지역에 제주를 포함시켰다.

대전(37.5%)과 충북(10.9%) 등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달 기준 지방 전체 미분양 물량은 4만251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3만545가구)에 비해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지방 2만가구 입주…“시장 양극화 뚜렷해질 것”

미분양 주택이 계속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도 입주 물량이 지방에 집중된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 걸쳐 모두 41개 아파트 단지에서 1만9229가구가 입주한다. 전체 입주 물량 가운데 74%에 달하는 1만4196가구가 지방 물량으로 특히 경남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경남은 올 들어 지난 2월 이미 미분양 주택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경남지역은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잔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매매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달 입주 물량까지 쏟아지면 초과 공급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경남지역에서는 입주 물량이 몰리면서 분양가 수준으로 입주권(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조합원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 시세가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부터 입주를 시작하는 ‘창원더샵센트럴파크’ 아파트 전용면적 84㎡형 입주권은 지난해 말에만 해도 4억7800만원(21층 기준)에 거래됐지만 지난 3월에는 4억5838만원(15층 기준)까지 석달 새 2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지난 2월 입주한 ‘창원 감계 푸르지오’는 전용 84㎡형 기준으로 분양가(5층 이상·2억9810만원)보다 2000만원 가량 낮은 2억70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방 주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은 청약 규제를 피해간 부산과 행정 수도 이전 관련 공약으로 호재를 맞은 세종시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0.59%, 세종은 0.19% 올랐다.

청약 성적도 좋다. 올 들어 전국에서 분양한 전체 단지 가운데 청약경쟁률 1,2위도 이 두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 3월 분양한 ‘부산 연지 꿈에그린’은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올해 세종시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힐스테이트 세종리버파크‘는 104.8대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도 국지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차별화 장세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위험 요인이 없는 곳으로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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