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 침체 뚜렷…제주까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전락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0.03%)을 크게 웃도는 0.11% 상승폭을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 아파트값은 0.04% 하락했다. 지난달 들어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매주 0.05%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0.01% 이상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한 해 집값 상승률이 7%를 웃돌며 지방 주택시장의 대장주로 꼽혔던 제주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청약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전락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제주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는 모두 10곳으로 이 가운데 순위 내 청약 마감한 단지는 한 곳도 없다. 지난 3월 46가구 모집에 나선 ‘제주 일이삼타운’에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고 지난달 분양한 ‘제주 함덕 해밀타운’은 56가구 모집에 청약자가 28명에 그쳤다.
대전(37.5%)과 충북(10.9%) 등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달 기준 지방 전체 미분양 물량은 4만2513가구로 전년 같은 기간(3만545가구)에 비해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달 지방 2만가구 입주…“시장 양극화 뚜렷해질 것”
미분양 주택이 계속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에도 입주 물량이 지방에 집중된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 걸쳐 모두 41개 아파트 단지에서 1만9229가구가 입주한다. 전체 입주 물량 가운데 74%에 달하는 1만4196가구가 지방 물량으로 특히 경남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경남은 올 들어 지난 2월 이미 미분양 주택이 1만가구를 넘어섰다.
이현수 부동산114 연구원은 “경남지역은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잔금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매매시장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달 입주 물량까지 쏟아지면 초과 공급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 주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가운데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지역은 청약 규제를 피해간 부산과 행정 수도 이전 관련 공약으로 호재를 맞은 세종시다.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0.59%, 세종은 0.19% 올랐다.
청약 성적도 좋다. 올 들어 전국에서 분양한 전체 단지 가운데 청약경쟁률 1,2위도 이 두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 3월 분양한 ‘부산 연지 꿈에그린’은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달 올해 세종시에서 처음 분양에 나선 ‘힐스테이트 세종리버파크‘는 104.8대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방에서도 국지적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차별화 장세가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입주 물량은 더욱 늘어나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위험 요인이 없는 곳으로만 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