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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던 씨수말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2006년에 도입돼 최고의 인기 씨수말이자 확실한 보증수표가 된 ‘메니피’의 당시 도입 가격은 40억원이었다.
씨수말들은 경주마로 활동하던 때의 성적보다 자마들의 성적에 의해 씨수말로서의 몸값이 달라진다. 자마들의 수득상금에 따라 교배료도 달라진다. 세계 최고가 씨수말들의 몸값은 1000억원을 훌쩍 넘고, 회당 교배료도 1억을 가볍게 넘긴다.
영국의 대표적인 씨수마 ‘프랭클(Frankel)’은 회당 교배료가 17만5000파운드(약 2억7000만원)에 달한다. 현재 활동 중인 씨수말 중 가장 높은 교배료를 기록한 것은 아일랜드의 ‘갈릴레오(Galileo)’라는 말로, 회당 60만 유로(약 8억5000만원)의 교배료를 기록했다. 씨수말의 가격과 교배료는 말산업 규모를 결정하기도 한다. 영국의 말산업 규모는 7조4000억원으로 한국의 2배 이상이다.
2020년 리딩사이어의 영광은 어떤 씨수말이 차지할까
리딩사이어는 그 해 최고의 씨수말을 가리킨다. 씨수말의 자마들이 벌어들인 상금으로 씨수말을 평가한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리딩사이어는 ‘한센’이다. ‘한센’의 부마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씨수말 중 하나였던 ‘타핏(Tapit)’이다. 한센의 총 수득상금은 19억 9천 9백만 원이다. 최근에는 7월 루나스테이크스의 주인공 ‘화이트퀸’이 부마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다.
한센의 뒤를 바짝 쫓는 씨수말은 역시 ‘메니피’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메니피’는 죽어서도 많은 자마들을 남겼다. 총 수득상금은 19억6400만 원. 특히 지난 2일 열렸던 코리안더비에서 자마 ‘세이브더월드’가 우승해 한센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씨수말 유망주 ‘미스터크로우’와 ‘파워블레이드’
올해는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한 ‘미스터크로우’가 큰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미스터크로우’는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되어 미국경주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후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에서 씨수말로 데뷔했다. 케이닉스는 유전자 기술을 활용해 성장잠재력을 지닌 경주마를 발굴하는 한국마사회의 고유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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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미스터크로우’의 교배두수는 68마리다. 같은 케이닉스 프로그램으로 선발된 ‘제이에스초이스’(1마리), ‘빅스’(6마리)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이다. ‘미스터크로우’의 경주성적, 유전적인 능력에 대한 생산농가들의 관심과 한국마사회 장수목장의 홍보, 무료 컨설팅이 합쳐진 결과다.
‘미스터크로우’ 자마들이 성적을 내는 시기는 1~2년 후가 된다.
2014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연달아 제패한 경주마 ‘경부대로’ 역시 씨수말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씨수말로 데뷔 이래 국산 경주마 출신 씨수말로는 이례적으로 매년 50마리 이상 꾸준히 교배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코리안더비’와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를 우승한 ‘지금이순간’ 역시 2014년 씨수말 데뷔했다.
‘경부대로’보다 교배두수는 적지만 자마 ‘심장의고동’이 지난해와 올해 대상경주에 우승하는 활약을 보이며 씨수말로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국경마 역사상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의 주인공, ‘파워블레이드’도 촉망받는 씨수말이다. 총 수득상금 31억 원으로 씨수말 경주성적으로 보았을 때 단연 압도적이다. 2016년, 2017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휩쓸었다. 부마는 역시 ‘메니피’다. 작년에 씨수말로 데뷔했으며, 올해 교배두수는 70마리다.
한국경마의 꾸준한 발전에 따라 국산마 수준 역시 지속적인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올해 실내언덕주로 개장 등 국산마 육성 인프라 향상에 따라 향후 국산마 능력과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국산 경주마 출신 씨수말들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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