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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문제 삼은 데 이어 13일 오후에는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면서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의 폐지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북 전단 문제를 놓고 남측 정부가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다.
김 부부장의 이 같은 변화는 앞서 남북 화해 국면에서 우리 측 당국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평화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김일성 가계를 일컫는 이른바 ‘백두혈통’으로서는 처음으로 남측 땅에 발을 밟으면서 평화의 메신저로 떠올랐으나 이제는 얼굴을 바꾸고 대남 비방에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김 부부장이 남한 땅을 밟았던 2018년 2월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남북이 전혀 대화조차 나누지 않던 무렵이어서 더 극적이었다. 김 부부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평창을 방문해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예선 첫 경기도 관람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어긋나면서 김 부부장의 역할도 요동쳤다.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북미 정상회담 실패의 책임을 맡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내 복귀해 건재를 과시했고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 당 정치국 후보위원 등의 타이틀도 달았다.
실제 지난 7일 김 위원장은 북한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면서 자립경제 등 인민생활 개선문제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대남 메시지를 꺼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북한 내부 문제에 주력하는 반면 김 부부장을 전면에 내세워 대남 메시지를 관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백두혈통인 김여정을 통해서 대남 메시지에 무게감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로 보인다”라며 “김여정으로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