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코로나 위기에 감춰진 무책임한 지방행정

  • 등록 2020-06-04 오전 3:25:00

    수정 2020-06-04 오전 3:25:00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수장들의 무책임 행정이 도를 넘고 있다. 코로나19로 정부·지자체 재정이 한계치에 임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각 지역별 현안 사업이 줄줄이 좌초하는 상황을 방치하고, 숨기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과 일용직 근로자, 프리랜서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의 삶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동안 일부 지자체 수장과 공직자들의 책임지지 않는 행정은 코로나 위기를 틈타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충청권의 경우 제21대 국회에서 국회의장과 부의장 등 의장단 전원이 충청권 출신 정치인들로 채워지면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지역 현안사업들은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 이 중 2030아시안게임 유치 무산은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전략 부재와 함께 무책임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아시안게임 유치가 무산됐다고 무조건 정부나 지자체를 비난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충청권 4개 시·도가 아시안게임 유치 실패 후 보여 준 태도의 문제이다. 아시안게임 유치가 좌초되자 이들 충청권 4개 시·도는 정부 탓으로 돌린 후 2027년 유니버시아드와 2034년 아시아게임 유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시안게임 유치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고, 무엇을 보완해야 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기 보다는 담당 공무원들과 단체장에게 쏟아질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수년 뒤에나 추진해야 할 장기 목표를 설정, 자신들의 실패를 은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전시도 지역 최대 현안사업 중 하나인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됐지만 기약없는 재추진을 공언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4차례 공모한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을 위한 민간사업이 모두 실패로 끝났다. 이런 상황에서도 허태정 대전시장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생략한 채 대전도시공사를 내세워 기존 민간사업자인 KPIH와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시민 숙원사업이자 2년여간 사업이 진행돼 온 것을 감안해 KPIH에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의 입장이다.

충남도 역시 현안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정확한 설명이나 계획보다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내포신도시에 종합병원 건립을 약속했던 한국중입자암치료센터가 병원 부지 매입비 1차 중도금 28억여원을 내지 못하면서 2022년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개원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대 10조원대 투자가 기대됐던 서산 화학특화단지 조성사업도 10여년 만에 무산됐다. 사업 추진 30년 만에 처음 본계약까지 체결한 태안 안면도 관광지 개발도 우선협상 대상자가 투자이행보증금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백지화됐다.

시민들의 관심과 시선이 모두 코로나19에 쏠려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연이은 사업 실패를 감추기 급급했고, 책임있게 나서서 해결하려는 공직자는 보이지 않는다. 국난을 틈타 단체장과 공무원들의 짬짜미 행정이 시민들을 두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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