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원시선 개통 코앞인데..안산·시흥 부동산시장 찬바람만

매수문의 조금 늘었지만 거래 뜸해
집주인 매물 내놓지 않고 버티기
매수인은 경기권 집값 약세에 관망
투자보다 실제 거주 차원서 접근
  • 등록 2018-06-11 오전 6:00:00

    수정 2018-06-11 오전 9:13:02

그래픽=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매수 문의가 조금 늘긴 했는데 거래는 잘 안돼요. 부동산 중개사사무소만 새로 많이 생기고 있어요.”(시흥시 장현동 J공인 대표)

“다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집을 사겠다고 하겠습니까. 전철 개통 소식에도 달라진 건 없습니다.”(안산시 단원구 선부동 D공인 관계자)

경기도 서부지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서해선(소사~원시) 복선전철 개통이 임박했지만 전철이 관통하는 경기도 시흥·안산시 등 현지 부동산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교통은 일자리·학군과 함께 주거 수요를 대거 유입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뜻밖이다. 현장 중개업자들은 향후 집값에 대한 매수인과 매도인의 동상이몽(同床異夢)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개통…소요기산 3분의 1로 줄어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부천시 소사동에서 안산시 원시동까지 연계되는 23.4㎞의 복선전철인 소사~원시선이 오는 16일 개통한다. 현재 부천 소사동에서 안산 원시동까지 차량을 이용해 가면 약 1시간 30분이 걸리지만 소사~원시선으로는 같은 구간을 33분만에 주파할 수 있다. 중간지점인 시흥시청을 기준으로 하면 버스로 부천까지 45~50분, 안산까지 30~35분이 걸리지만 소사~원시선을 타면 소요시간이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소사~원시선은 경기 서남지역 도시인 시흥시나 안산시에서 오랜 기간 염원하던 노선이다. 향후 소사역 북쪽과 원시선 남쪽으로 더 뻗어나가 대곡~소사 구간, 홍성~원시 구간이 개통하면 한반도의 서해축을 연결하는 주요 철도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천·시흥·안산을 연결하는 전철이 처음으로 개통되는 데도 지역 부동산시장은 차분한 분위기다. 매수 문의는 조금 늘어난 정도이고 매물도 많지 않다. 시장을 해석하는 매수인과 매도인의 견해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주인들은 전철 개통이라는 대형 호재에 적지 않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매도 호가를 상향 조정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급매물 또한 없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소사~원시선에 이어 3~5년 뒤 개통할 소사~대곡선, 신안산선 등에 더 큰 기대를 갖고 기다려보겠다는 집주인이 태반이다.

매수인들은 정반대다. 현재 경기도 주요 지역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가격 전망도 어둡다고 보고 매수 시기를 늦추고 있다. 정부가 작년부터 쏟아낸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들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년부터 경기도 일대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도 증가세다. 지금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라는 판단이 앞서는 모습이다. 시흥시 능곡동 S공인 대표는 “집주인은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안 내놓고 매수인은 정부의 규제 기조 아래에서 가격이 더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거래도 거의 없고 가격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서남부 접근 용이…주거비 절감 기회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시흥시와 안산시 단원구 모두 최근 매매 및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흥시는 지난 1월부터 5개월 연속 안산시 단원구는 작년 11월부터 7개월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나타냈다. 전세가격의 경우 하락 기간은 작년 말부터로 비슷하지만 낙폭이 더 크다. 시흥시는 7개월간 전셋값이 5% 넘게 떨어졌고 안산시 단원구도 4% 하락했다.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전세 수요도 감소한 상황에서 올해 신규 입주 물량은 늘었다. 안산시는 작년 입주 물량이 없었지만 올해는 6810가구가 집들이한다. 시흥시는 2014~2016년 연평균 3000가구가 집들이했지만 2017~2019년 입주 물량은 매년 1만2000가구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시세 상승을 겨냥한 투자처로 접근하기보다는 주거비 절감을 목표로 한 실거주 탐색 차원에서 해당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산과 시흥에서 서울 서남부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서울 구로구 가산디지털단지 등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서울 구로구나 경기도 부천시에 살면서 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던 직장인이라면 집을 넓혀 시흥·안산지역으로 이사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구로구 가산동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전셋값은 3.3㎡당 각각 1370만원, 983만원으로 시흥시청역이 들어서는 시흥시 장현동(851만원, 584만원)보다 60% 이상 비싸다. 부천시 소사본동의 경우 3.3㎡당 매매값 1000만원, 전셋값 789만원으로 역시 시흥시 대야·신천·장현동 등 주요 거주지역보다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안산 단원구 선부동도 3.3㎡당 매매가 983만원, 전셋값 676만원으로 서울 가산동은 물론, 부천시 소사본동 대비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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