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헌재소장 후보자 가운데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사정이 간단하지는 않다. 인사청문회가 끝나고도 여태껏 표결이 미뤄져 왔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만큼 여야 간에 견해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념적 편향성이 문제였다. 통진당 해산결정 당시 반대의견을 낸 사람이 새 정부의 첫 헌재소장으로 지명됐다는 것부터가 의아하게 여겨질 만했다.
인사 난맥상이 이번에 비로소 불거진 것이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도중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사람이 벌써 여럿이다. 그때마다 ‘코드 인사’와 자질 문제가 논란을 빚었다. 각료로 임명된 사람들 중에서도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논문표절 등으로 눈총을 받은 경우가 적지 않다.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이 차이점이다. 이미 거기서부터 새 정부의 소통 능력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껏 높은 지지율에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의 거취 문제가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여성 비하 논란으로 사퇴 압력을 받으면서도 계속 버틸 수 있는 게 그 혼자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현백 여성부장관조차 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오히려 비난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오죽하면 헌재소장 인준 표결에 앞서 탁 행정관을 포함한 몇 사람의 사퇴를 조건으로 하는 ‘거래’가 오갔을까 싶다.
이낙연 국무총리조차 현 정부의 소통 미흡을 안타깝게 여긴다며 실토한 마당이다. 그런데도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청와대의 야당에 대한 비난은 거세기만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국민의당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설마, 임명동의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당연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이 소통 의지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정책추진에 대한 의욕이 더 앞선 때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쳐서는 털어낼 것은 털고 가야 한다. 인준 부결된 헌재소장 문제로 더 논란을 빚을 필요가 없다. 이참에 탁 행정관의 거취 문제도 분명히 매듭을 지어야만 한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