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속살①] 제주가 품은 또 다른 야생 '저지오름'

9월 제주관광 10선
  • 등록 2017-08-19 오전 6:00:00

    수정 2017-08-19 오전 6:00:00

저지오름에서 바라본 저지리마을(사진=제주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만큼 오름은 제주 사람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공간이다. 제주 바깥에서 보기에는 제주 중심에 볼록 솟은 한라산이 가장 눈에 들어오지만 제주사람들의 삶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 전역에 자리한 오름이 그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제주 전역에 흩어진 360여 개의 오름은 비슷한듯하면서도 저마다의 독특한 모양새를 지닌다. 덕분에 각각의 오름이 주는 색다른 풍광과 분위기에 빠져 제주의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꾼’들도 제법 된다고. 한껏 치장한 여인이 제주의 푸른 바다라면, 봉긋하게 부푼 자그마한 오름은 풋풋한 소녀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리고 제주의 바다와 한라산을 구경하고 났다면, 그러니까 당신이 제주를 제법 ‘다녔다’는 느낌이 들 때 즈음이면 아마 자연스럽게 깨닫게 될 것이다.

예술인 마을이라는 독특한 품새를 갖게 된 저지리. 벽화와 예술작품, 작가의 생활이 공존하며 곳곳에 예술이 입혀진 이 마을은 산책마저 예술이 될 것 같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한경면 해발 120미터 지대에 위치한 이곳은 예술인들에게 마을을 개방해 지역문화예술 발전과 문화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마을로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은 저지리의 중심에 있다.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받은 저지오름에 오르면 마을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다. 마을에는 제주현대미술관, 야외전시장, 갤러리 등이 있어 천천히 걸으며 마을 곳곳에 있는 예술작품들을 돌아보기 좋다. 또 새로 건축된 독특하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많아 한적하게 걸으며 눈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좋다. 갤러리나 공방은 비정기적으로 문을 열고 닫으니 참고할 것.

이미 섬 전체가 구석구석 관광지화 된 제주에서 풋풋한 야생을 맛보고 싶다면 제주 서쪽의 한경면으로 가라.

수년 전만해도 한경면은 섬 전체가 관광지인 제주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뜸했던 제주 사람들만의 공간이었다. 제주 올레를 따라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외지인들의 발길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조용한 편이다. 조금은 불편한 교통 덕분으로 풋풋한 옛 공기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조금은 신비로운 공간에 자리한 저지오름(238m)을 찾았다. 자그마하지만 올록볼록 멋진 야생의 숲을 품은 알짜배기오름이다. 이곳은 지난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올레코스에 소개되면서 힘을 보탰다. 그전까지는 저지오름을 찾으려면 저지리에 와서 물어 물어야 찾아가곤 했단다. 지금은 오름 초입에 음식점과 매점, 그리고 길가로 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다. 안내표지판도 잘 되어 있어 누구든 저지오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역시 정상까지는 20여 분이면 닿는다.

나무데크를 따라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면 붉은 흙으로 뒤덮힌 부드러운 길이 중간중간 사람들을 반긴다. 언제까지고 걷고 싶은 포근한 길이다. 분화구 둘레 800m, 분화구 깊이 62m의 저지오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분화구 둘레길이 있는데 수직으로 분화구 가까이 내려가는 길도 나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5분 정도만 걸어 내려 가면 저지오름 분화구 안에 머물 수 있는 것. 정상에는 전망대가 준비되어 있다. 저 멀리 제주 바다가 펼쳐진다. 차귀도도 반갑게 인사한다.

안내판과 망원경으로 구석구석 멀리 구경할 수 있다. 여유가 있다면 분화구 둘레길을 걸으며 저지오름을 만나는 것도 좋겠다. 아쉽지만 숲이 너무 울창해 기대했던 뭔가가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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