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원기회복 끝판왕 '남도 삼시세끼'

'전남 장흥' 맛여행
- 장흥삼합
청정지역 한우·키조개·버섯 '환상궁합'
- 바지락초무침
막걸리 식초에 무쳐낸 갓잡은 바지락
- 갯장어 샤부샤부
오동통 갯장어 뜨거운 육수에 퐁당
- 된장 물회
농어 비린맛 싹 잡는 구수한 국물 일품
  • 등록 2015-08-12 오전 6:57:33

    수정 2015-08-12 오전 6:57:04

전남 장흥의 대표 특산물인 한우·키조개·표고버섯으로 만든 ‘장흥삼합’. 달궈진 불판에 한우를 적당히 구운 다음 수분을 버금은 구운 표고버섯과 육수물에 담근 키조개를 깻잎이나 상추에 올려 함께 먹는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올여름 유난히 덥다. 피서를 떠난 사람들이 ‘더워서 잘 쉬질 못했다’고 말할 정도니. 피서는커녕 더위를 견뎌낼 보약이라도 한 첩 지어먹어야 할 판이다. 그래도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사실 보약을 따로 챙길 필요는 없다. ‘밥이 보약’이란 말처럼 밥만 잘 챙겨 먹으면 된다. 이번에 소개할 전남 장흥은 더위를 피하기도 좋고 보약 같은 밥을 먹을 수도 있어서 여름을 나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곳이다. 장흥은 서울에서 정남향으로 금을 그어내리면 그 끝에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사이로 탐진강이 이곳저곳을 적시며 흐르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숲과 강, 바다가 어우러진 보기 드문 여행지인 셈이다. 그렇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일단 장흥에 가면 입맛부터 잡아야 한다. 드넓은 득량만에서 쏟아져 나오는 갯것과 청정한 들판과 산의 정기가 듬뿍 담긴 먹거리가 넘친다. 이름만 들어도 건강해질 것 같은 ‘장흥삼합’ ‘된장물회’ ‘갯장어샤부샤부’ ‘바지락초무침’ 등. 더위에 달아났던 입맛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침샘을 자극하는 전남 장흥으로 여름 끝자락에 몸보신 여행 한번 떠나보자.

◇별미 중 별미 ‘된장물회’

여름철 대표음식인 ‘물회’. 무더위를 잊게 하고 피부에도 좋다고 알려진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초장에 양념으로 얹어 먹는 게 기본. 포항물회가 대표적이다. 이곳 장흥에서는 조금 다르다. 일단 초장 대신 된장을 육수에 풀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특유의 된장냄새는 생각보다 덜하다. 오히려 더 깔끔할 뿐더러 생선회 본연의 맛도 잘 드러낸다. 차가운 된장물에 김치를 종종 썰어놓고 식초와 고춧가루를 뿌린 뒤 회를 말아 내온다. 새콤하면서도 짙은 맛이 일품이다. 마치 여름별미인 오이냉채처럼 담백하다.

횟감은 득량만에서 갓 잡은 농어나 돔 같은 싱싱한 생선이다. 된장국물은 약간 시큼하게 익은 열무김치에 집에서 담근 된장을 풀고 풋고추, 오이, 양파, 마늘을 썰어 넣어 만든다. 주된 양념이 된장인지라 속을 풀어주는데 좋고 소화가 잘 된다. 매운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식욕을 잃기 쉬운 여름철 별미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원래 된장물회는 며칠씩 고기잡이를 나간 어부들이 식사 대용으로 먹던 음식. 준비해간 김치가 시었는데 버리기는 아까울 때 갓 잡아 올린 생선과 된장을 섞어 먹었다고 한다. 된장과 생선이 김치의 시큼한 맛과 어우러지며 중화돼 비린내도 없애고 적당히 신맛을 낸다.

장흥에서 된장물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제법 많다. 그중 ‘싱싱회마을’(061-863-8555)은 여행객이 많이 찾는 횟집으로 구수한 된장맛이 일품이고 양이 넉넉하다. 4인분에 4만원. ‘우리횟집’(061-867-5280)은 장흥된장물회의 원조식당으로 알려진 곳. 소박하고 정겨운 맛이 특징이다. 가격은 1만원. ‘명희네음식점’(061-862-2269)은 생선 대신 한우를 각종 채소로 버무린 한우물회가 별미다. 2만원~4만원대다.

전남 장흥의 여름철 보양식인 ‘된장물회’. 육수에 초장 대신 된장을 푼 것이 특징이다. 횟감은 득량만에서 갓 잡은 새끼 농어나 돔을 주로 사용한다.


◇낯선 듯 익숙한 ‘장흥삼합’

장흥에는 ‘장흥삼합’이란 특별한 음식이 있다. 삼합을 이루는 세 가지 재료는 한우와 키조개, 표고버섯. 한우는 장흥의 대표적인 특산품이다. 사육하는 한우의 숫자가 지역주민의 수보다 많을 정도. 또 바다를 접한 덕에 신선한 키조개도 많이 난다. 장흥산 키조개는 육질이 두껍고 맛이 뛰어난 것이 특징. 예전에는 키조개를 전량 일본에 수출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국내서도 판매하고 있다. 표고버섯 또한 장흥을 대표한다. 청정 무공해지역에서 소나무나 편백나무의 정기를 받고 자란 최상품이다.

장흥삼합을 맛있게 먹는 법은 따로 있다. 달궈진 불판에 한우 한 점을 올린다. 표고버섯은 수분을 머금어 탱탱한 것만 골라 불판에 올리고 키조개는 육수물에 담궈 둔다. 고기의 육즙이 배어 나올 때 뒤집어 살짝 익힌 뒤 깻잎에 익힌 고기와 표고, 키조개를 싸서 입속으로 넣으면 된다.

입안으로 들어온 삼합은 부드러운 한우의 담백함과 표고의 은은한 풍미가 더해진다. 마무리는 역시 키조개다. 쫄깃함으로 무장한 키조개가 뒷맛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조금은 낯설지만 이 세 가지 재료를 합한 맛은 말 그대로 환상궁합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겨자를 푼 간장이나 소금장에 찍어 먹으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더 짙어진다.

‘만나숯불갈비’(061-864-1818)는 다른 식당과 달리 숯불을 이용해 한우에 숯향이 배게 한다. 삼합 세팅비가 3000원, 표고버섯과 키조개 1접시가 1만 3000원이다. 한우는 원하는 부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전남 장흥의 대표 특산물인 한우·키조개·표고버섯으로 만든 ‘장흥삼합’. 달궈진 불판에 한우를 적당히 구운 다음 수분을 버금은 구운 표고버섯과 육수물에 담근 키조개를 깻잎이나 상추에 올려 함께 먹는다.


◇여름보양식 ‘갯장어 샤부샤부’

갯장어는 겨우내 깊은 바다를 떠돌다가 여름이 시작되면 산란을 위해 남해 연안으로 올라온다. 갯장어잡이를 개시하는 5월 초부터 맛볼 수 있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맘때쯤 남해안에는 한바탕 갯장어잔치가 벌어진다. 사실 갯장어가 우리네 식탁으로 올라온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장어 중에서도 몸값이 가장 비쌌기 때문에 전량 일본으로 팔려 나갔다. 최근에서야 국내소비가 많아지면서 우리 식탁으로 올라올 수 있게 됐다.

갯장어는 회로도 많이 먹지만, 샤부샤부로 먹는 게 더 맛있다. 갯장어 샤부샤부는 일본요리인 ‘유비키’를 따라한것. 장흥의 요리법은 약간 다르다. 유비키는 끓는 물에 장어를 데치는 반면 장흥에서는 장어로 낸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다듬는 요령은 이렇다. 갯장어 머리와 뼈를 발라내고 5㎜ 간격으로 촘촘하게 칼집을 넣는다. 끓는 육수에 살짝 데친 갯장어가 함박꽃 모양으로 동그랗게 말려 더 예쁘게 먹을 수 있기 때문. 익힌 갯장어 살은 씹을 틈도 없이 허물어지면서 특유의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자색 양파나 상추, 묵은지에 싸 된장과 마늘을 곁들여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여다지회마을’(061-862-1041)에선 갯장어를 샤부샤부로 즐길 수 있다. 장어뼈 끓인 물에 대추와 각종 한약재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낙지·전복을 추가하면 국물 맛이 더 깊어진다.

전남 장흥의 ‘갯장어 샤부샤부’. 장어로 낸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술안주로 으뜸…새콤달콤한 ‘바지락초무침’

장흥에서 바지락회를 제대로 먹으려면 수문해수욕장으로 가야 한다. 장흥읍에서 동남쪽으로 약 16㎞. 길 양옆으로는 환상적인 종려나무가 이어져 남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백사장 주변은 소나무숲이 울창해 여름 피서객의 더위를 한층 덜어주는 조용한 휴양지다.

사실 수문해수욕장이 유명해진 건 바지락초무침 때문. 더 자세히 말하자면 해수욕장 인근에 자리한 식당 때문이다. 5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바다하우스(061-862-1021)의 바지락초무침은 장흥의 일미로 통한다. 득량만에서 갓 캐낸 신선한 바지락만을 초무침에 사용한다. 냉동 바지락은 국거리는 될 수 있어도 횟감은 안 된다는 철학을 고수한다. 그렇기에 산지가 아니면 맛보기 힘든 음식이 바로 바지락초무침이다.

양념장 비법도 따로 있다. 막걸리 식초다. 6개월 이상 숙성시킨 막걸리 식초는 초무침의 깊은 맛과 청량감을 더해준다. 또 매실 엑기스를 첨가해 맛은 물론 배탈도 방지한다. 이 양념장에 돌미나리나 배, 오이, 양파, 참나물 등을 함께 버무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콤새콤한 바지락초무침을 완성한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참기름과 김가루를 넣고 밥에 비벼 먹어도 일품이다. 가격은 3만~5만원이다.

전남 장흥의 청정한 득량만에서 갓 잡은 바지락으로 만든 ‘바지락초무침’. 6개월 이상 숙성한 막걸리 식초를 사용해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메모

△가는길=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문흥IC에서 29번 국도를 갈아타고 장흥으로 나가면 된다. 기차를 이용한다면 KTX를 타고 광주나 나주까지 가서 시외버스를 타고 장흥으로 이동한다.

△주변볼거리=부산천이 내려다보이는 장동면 동백정 원림. 소나무가 성벽처럼 솟아 있다. 이맘 때 평화마을 백일홍 군락지인 송백정에는 연못 위에 곱게 핀 백일홍이 한가득이다.

전남 장흥의 여름철 보양식인 ‘된장물회’. 육수에 초장 대신 된장을 푼 것이 특징이다. 횟감은 득량만에서 갓 잡은 새끼 농어나 돔을 주로 사용한다.
전남 장흥의 청정한 득량만에서 갓 잡은 바지락으로 만든 ‘바지락초무침’. 6개월 이상 숙성한 막걸리 식초를 사용해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남 장흥의 대표 특산물인 한우·키조개·표고버섯으로 만든 ‘장흥삼합’. 달궈진 불판에 한우를 적당히 구운 다음 수분을 버금은 구운 표고버섯과 육수물에 담근 키조개를 깻잎이나 상추에 올려 함께 먹는다.
전남 장흥의 ‘갯장어 샤부샤부’. 장어로 낸 육수에 부추·버섯 등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다음 갯장어 살을 담가 살짝 익혀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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