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황병서 김형환 기자] 서울시청 인근에서 벌어진 대형 교통사고로 고령자 운전이 또 도마에 올랐다. 시력이나 순발력 등 신체능력 저하로 운전을 하기 어려운 고령자들의 운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둔 만큼 노인 이동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운전을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노인 운전자를 위한 인프라 개선과 첨단기술 적극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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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운전자(만 65세 이상) 교통사고는 3만 9614건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는 2018년 3만건을 넘은 이후 줄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사망자 수도 △2021년 709명 △2022년 735명 △2023년 74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40~50대의 교통사고 및 사망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의 비중은 더 가파르다. 올해 전체 교통사고 중 고령운전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지난해 17.6% 대비 2.4%포인트 늘었다. 그럼에도 65세 이상 면허 보유자는 지난해 474만7426명으로 2020년(368만2632명)보다 29%나 늘었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하면서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운전을 포기하는 노인들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선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이 제도에 참여한 노인은 전체 면허 소지자의 3.9%(서울, 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중 생계나 생활을 위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는 게 맥을 같이 한다. 실제 대중교통 인프라가 미미한 농·어촌 격오지의 경우 운전을 하지 않으면 생활용품을 구매하는 것조차 어렵고 택시기사 등은 운전대를 놓으면 당장 밥줄이 끊긴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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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과 고령운전자에 맞는 인프라에 대한 제도 마련을 종합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고령 운전자의 야간 운전 제한 같은 외국의 조건부 면허 도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다만 대중교통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비율이 높은 농어촌부터 표지판 크기를 키우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선 운전 재활사 혹은 급발진 억제장치 지원 등 고령 운전자들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