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행복지수와 한계효용체감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 저자
  • 등록 2020-05-13 오전 5:30:00

    수정 2020-05-13 오전 5:30:00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야생동물보다 더 비경제적 모습을 보이거나 비이성적 행실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 돈과 권력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탐욕이 남을 해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수렁에 빠지게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분별없이 행동하다 제가 친 덫에 스스로 걸려들기도 한다.

사람들이 재물을 많이 가진 만큼 행복해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어째서 국민소득은 높아졌는데 행복지수는 높아지기는커녕 더 낮아지기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도 하는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은 아마도 ‘한계효용체감 법칙’에서 상당부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슬땀을 흘리고 산에 올라가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의 청량감은 더할 수 없이 크다. 그러나 물을 마셔갈수록 상쾌함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은 지경에 이르면 물의 한계효용은 ‘0’에 이른다. 억지로 더 마신다면 만족감보다는 오히려 고통스럽고 자칫하다 배탈이 날 수 있는데, 물의 한계효용이 제로가 되는 변곡점을 지나 마이너스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재화는 한계효용이 제로가 되는 순간부터 사용가치가 없어진다. 돈을 많이 가져도 어느 한계가 지나면 사용가치가 없어지니 돈과 행복의 함수가 비례할 수 없는 까닭이다. 더 이상 만족감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다가는 돈만을 쫓아 허우적거리다 급기야 패가망신하는 광경들이 보인다.

재물을 넉넉하게 가진 인사들이 한계효용이 제로를 지나 줄어들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조금씩이라도 나누기 시작한다면 아무 손실 없이도 사회의 총효용을 높여 사회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나의 작은 희생이 다른 사람에게는 커다란 혜택으로 돌아가는 만큼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베풂은 남에게 도움이지만 베푸는 마음은 자신이 간직하는 기쁨이다. 칸트(I. Kant)도 선한 의지야말로 행복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요소라고 하였다. 빛과 소금이 되어 나누려면 먼저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여야 한다. 생각해보자. 근검절약하는 자세도 값지지만 거기에 베푸는 기쁨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겹겹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재화의 한계효용이 제로가 되는 그 순간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인시대’를 맞이하여 자신의 생존기간을 예측하지 못해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데 들어갈 비용이 얼마나 될지 추정하지 못한다. 무엇인가 삶의 여유를 가져야 할 상황이 되어도 조바심을 내며 무리수를 두려는 까닭이다. 더구나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환경과 노인 빈곤율이 OECD국가 중에서는 가장 높다는 나라에서 누구라도 미래를 기약하기 난망이다. 어느 정도의 돈이 있어야 생존 기간 동안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 수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은 한계효용이 제로가 되는 선을 넘어서 남의 몫까지 가로채려는 비합리적 행실을 일삼는 까닭이다. 공동체 구성원 누구나 최저 생활을 영위하도록 돕는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한 까닭이다.

장자는 “뱁새가 큰 숲을 차지하였다 하더라도 정작 필요한 것은 오직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뿐이다”라고 하였다. 욕심을 억제하라는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뱁새도 쉬어야 할 나뭇가지 하나 정도 보금자리는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사람들을 안심시켜 덜 탐욕스럽게 만들고 나아가 천민자본주의 행태도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저만의 욕심을 자제하는 만큼, 사회의 총효용이 확대되어 더 여유로운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미래에 생활안정이 나름대로 내다 보여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조바심과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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