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매크로는 원래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게시판에 글을 자동으로 게재할 수 있는 매크로의 경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업체를 홍보할 때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인간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정보통신기술(IT)의 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여론을 호도하는 데 쓰여 사회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여론이란 사회 대중이 공통으로 제시하는 의견이다. 다시 말하면 개개인 선택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매크로가 그만큼 여론 조작에 효과가 있었다는 건 개개인이 정보를 선택할 때 다수의 공감을 얻거나 추천을 받은 정보를 우선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매크로는 원래의 기능을 잃고 개인의 선택을 강요하는 ‘괴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선택)이다”라는 명언으로 우리의 삶을 표현했다. 경이로운 생명의 탄생과 함께 선택은 시작되고, 그 선택이 끝나는 순간 삶의 무대는 막을 내린다.
실제로 최근의 견해는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있어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1974년 캐나다의 두 심리학자 듀턴과 아론의 연구 결과는 특히 흥미롭다. 밴쿠버 카필라노 브리지에서 시행한 연구인데, 다리의 아슬아슬함 때문에 긴장해 심장박동이 빨라졌을 때 만난 이성에게 더 큰 호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심장의 박동수가 호감 있는 이성을 선택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연구이다.
청춘을 바쳐 선택하지만 이루지 못하고 술자리 단골 메뉴가 되는 게 첫사랑에 대한 추억이다. ‘첫사랑을 오래 지나 만났는데 그 사람이 힘들게 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고, 너무도 잘 살고 있으면 배가 아프고, 그 사람이 아직 나와 살고 있다면 머리가 아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모든 선택에는 회한과 미련 그리고 아픔이 남기 때문이리라.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유명한 구절을 다시 한 번 새겨본다. 햄릿은 덴마크 왕자로서 엄청난 아픔과 혼란을 경험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햄릿은 선택을 강요받고 끊임없이 고뇌한다. 그 선택의 비극은 그를 둘러싼 개인들의 욕망의 굴레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햄릿 자신의 내면에서 진행되는 욕망과 불안의 갈등이 본질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갈등 구조에서 극단적인 행동은 그를 파국으로 이끄는 숙명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선택의 이면에는 욕망과 불안이 따르기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선택의 운전대를 잡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비극적 선택을 피하기 위해서는 매크로처럼 유령으로 등장해 햄릿에게 복수를 종용하는 그의 아버지로부터 우리의 의식이 깨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