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옥석 못 가리게 막는 3대 장막

[금융인사이드]
①기간산업엔 돈 주고 나머지는 구조조정?..형평성 논란
②무분별한 정책금융..장기보증 개선 안 돼
③통계 부실..구조조정 기업 몇 개인지도 몰라
  • 등록 2015-11-07 오전 6:00:00

    수정 2015-11-07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정부가 부실기업을 솎아내겠다고 칼을 뽑았지만 구조조정 자체가 경기침체를 가중시킬 수 있는데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부실기업의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는 환경인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눈에 띄게 부실이 난 조선, 철강 등 5대 취약업종은 기간산업이라 과감한 구조조정이 어려워 자금지원을 통해 생명을 유지시켜주거나 기업간 짝을 맺어 산업재편을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조선업황이 언제 살아날지 모르는데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에만 4조 2000억원이 지원된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부실기업에 과감하게 칼을 들이댈 수 있을지 의문이다. 퍼주기식 정책금융이나 기업 부채, 부실채권 등에 대한 관리체제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조선·철강 기간산업엔 칼날 못 들이대..“죽이기엔 파장이 너무 커”

정부가 구조조정에 칼을 뽑아들었지만 가장 먼저 한 것은 대우조선, 성동조선해양(이하 성동조선) 등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대우조선, 성동조선에 각각 4조 2000억원, 42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조선업황이 경기침체,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국책은행들이 내건 이유는 딱 하나다. 죽이는 것보다는 낫다. 대우조선의 매출액은 부산·울산·경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의 10%를 차지하고 4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경남 통영 제조업의 60%, 수출의 91%, 2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둔데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보니 구조조정의 칼날을 쉽게 들이대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좀비기업을 걸러내겠다며 채권은행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다시 하라고 했지만, 정작 대우조선의 경우 C(워크아웃), D(법정관리)등급으로 분류되지 않고 정상기업으로 평가될 것이란 게 시중은행의 설명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수 조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정상화시키겠단 방향을 정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현재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으로 분류되는 구조조정 기업이 아니다. 수주산업이라 ‘구조조정’이란 딱지를 붙이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수주산업이라 해도 눈 앞에 보이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이런식으로 했는데 과연 다른 부실기업을 파산시킬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너무 구조조정을 세게 해도 경기가 나빠질 수 있고, 그렇다고 약하게 하면 용두사미에 그칠 수 있다”며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책금융이 부실기업 실체 못 보게 해

정부에서 주도하는 정책금융이 부실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전체 보증기업 21만3000여개 중 3개년도 재무제표 분석이 가능한 5만1949개의 기업을 분석해봤더니 이중 1901개 기업이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거나 3년 연속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또는 자본잠식 상태의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기업의 75%(1432개)는 보증 만기를 연장받았다. 신보의 보증을 10년 이상 장기로 받고 있는 기업은 8월말 3741개에 달한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10년 이상 장기보증 기업은 은행이 직접 보증 심사를 하도록 해 퇴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 이내 창업기업에 대한 보증은 1년 단위로 진행되는 보증 연장 여부 심사 없이 5~8년 장기 보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창업기업이 2~3년차에 보증 신청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력 7~11년차의 기업에도 보증이 제공되는 셈이다. 현재도 신보의 전체 자금공급 잔액 중 업력이 10년 이상인 기업에 지원된 비중은 50%를 넘어 문제였는데 이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증규모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국내총생산(GDP)대비 보증규모가 2%대인데 우리나라는 5%대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었다”고 말했다. 2012년 신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규모는 GDP대비 5.5%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려면 신보, 기보의 보증규모를 차츰 줄여나가겠다고 하는 것이 더 명확할 것”이라며 “보증 받았던 기업들이 2~3년 지나 또 받고 하니까 기업의 실체를 판가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부실채권도 제각각..구조조정 기업 통계도 없어

부실채권에 대한 분류도 주먹구구식이다. 예컨대 수출입은행은 5년간 2조4000억원을 쏟아부으며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성동조선의 채권을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성동조선은 자율협약 기업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란 이유에서다.

부실기업이라고 해서 이들 기업의 채권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것도 아니다. 부실기업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의 기업 여신부문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2012년 3조8677억원에서 2014년 2조1642억원으로 줄었다. 부실기업이라도 저금리라 이자를 내는데는 문제가 없어 관련 채권이 연체되지 않아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영향이다.

현재 구조조정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통계도 알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까지만 해도 구조조정 기업 현황을 발표했으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아예 집계하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3월말 현재 114개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있고, 수출입은행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 구조조정기업이 72개(지난해말)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362개(7월말) 기업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은행들이 (겹치겠지만) 300여개씩의 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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