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 공유킥보드 사고...업체 "자체 진단 이상없다"면 끝?

공유 전동킥보드 고장... 업체 자체진단 외 원인규명 어려워
이용자 "이상 있어도 업체가 '이상없음' 판정"
기기결함 진단과정 허술 지적 잇따라
국토부 "관련법 제정시 안전관리 분야 논의 예정"
  • 등록 2020-09-17 오전 12:10:32

    수정 2020-10-15 오후 5:23:16

안광은(남·30)씨는 지난 6월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다 앞니 3개가 부러졌다. 갑자기 킥보드에 제동이 걸려 넘어지면서 핸들에 얼굴이 세게 부딪혀서다. 당시 안씨는 주차를 위해 집 근처 평지에서 고작 10m 남짓 주행하던 중이었다. 안씨는 이번 사고로 평생 치아 사용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업체로부터는 보상도 일절 받지 못했다. 막대한 치료비와 정신적 피해보상도 오롯이 안씨가 부담해야 한다.

안씨는 "기기결함때문에 사고가 났지만 해당 업체가 자체진단을 통해 '이상 없음'으로 처리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사고 시간대의 (이용한 공유 킥보드) 센서 데이터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업체 제공 소견서에 나오는 진단과정은 내부고장을 판단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다.

신촌역 근처 횡단보도 앞에 주차된 공유 전동킥보드 (사진=박서빈 기자)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안전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정해진 법규가 없어 기기결함 여부를 자체점검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공유 전동킥보드 관련 입법을 추진중이라고만 밝혀 당분간 안전문제는 지속적인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현재는 피해자가 기기결함으로 사고가 났다고 주장해도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이상없음'으로 판정하면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인명사고가 발생해도 오롯이 피해자들이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이용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뿐만 아니라 관계당국도 조속히 관련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고장나면 업체가 '알아서' 진단

현재 '킥고잉,' '씽씽' 등 국내 주요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는 기기결함을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 킥보드 고장 신고가 들어오면 기기를 회수해 자체적으로 고장·파손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진단 방식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안전을 위한 통일된 기준이 없어서다.

문제는 사고 발생으로 보험처리가 필요할 때다. 기기결함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 기기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해도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이상 없음'으로 판단하면, 이용자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취재진이 입수한 전동 공유 킥보드 업체 '킥고잉'의 기기결함 진단 과정. 기술소견서의 일부 내용이다. (사진=박서빈 기자)


취재진이 입수한 한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의 자체 진단 과정은 크게 △브레이크 작동 확인 5분 주행 △가속 레버 작동 확인 5분 주행 △외관상 파손 확인 및 구동 시험 △단말기 애플리케이션 확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해당 진단 과정 만으로는 기기 내부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고장을 알아내기 어려워 보인다"며 "기기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외관 파손 이에도 내부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내부 고장은 진단과정에서 '이상없음'으로 처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킥고잉 관계자는 "현재 전동 공유 킥보드 기기결함 진단 기준에는 공인된 표준 규정이나 검증 기관이 없다"며 "자체적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진단 기준보다 더 강한 기준으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 법률제정 추진... '표준진단 규정' 내용 빠져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이용활성화 및 안전관리 방안' 법률 제정계획을 발표했다.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수단의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용 안전에 대한 우려와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국토부가 추진 중인 법률에는 '표준 진단 규정'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다.

현재 추진 중인 제정 법률안에는 △대여사업자 보험 가입 의무화 △표준대여약관 고시 △KC마크가 부착 장치만 사용 가능 등이 이용자 보호 강화조치의 전부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정책과 관계자는 "보험업계, 개인형 이동수단 업계와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안건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 스냅타임 박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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