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고립 아닌 새 시대의 즐거움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 리포트①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새로운 세상
언택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
21세기의 비강제적 재택놀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 등록 2020-04-21 오전 5:30:00

    수정 2020-04-21 오전 5:30:00

[김지현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놀이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이 뇌를 발달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놀이는 성장하고 사회성을 갖춰 나가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코로나19로 강제 격리된 지 1개월이 훌쩍 넘어가면서 학교 가기를 그렇게 싫어하던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또래 친구와 장난치고 놀고 싶기 때문이다. 어른조차도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커피 한 잔 하며 잡담하던 자투리 시간과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하며 동료들과 함께 거리를 걷던 때를 그리워한다.

넷플릭스 파티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친구들과 함께 채팅을 하며 각자의 집에서 즐기는 장면.
하지만 아이들은 직접 만날 수는 없어도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장난치고 놀 수 있는 기발한 방법들을 이미 찾아가고 있다. 아이들의 적응력은 어른을 뛰어넘는다.

영화관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훌륭한 대안이 맞지만, 팝콘을 먹으며 친구들과 어울려 영화를 보는 감동을 온라인 영화관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 파티(Netflix Party)와 함께라면 다르다. 넷플릭스 파티를 이용해서 시청하려는 영화를 친구와 공유하면 채팅을 하면서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다.

PC방에 우르르 게임을 하러 가는 것도 각자 집에서 같은 서버에 연결하고, 디스코드(Discord)라는 게임 전용 보이스 채팅 서비스를 이용하면 곁에서 함께 왁자지껄 떠드는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떠드는 것보다 온라인 재잘거림이 오히려 더 재미있고 나은 면도 있다. 방장이 떠드는 친구 중 특정인의 마이크를 꺼서 묵음 처리를 할 수 있고, 닉네임을 기발하게 바꾸고 프로필 사진을 변경해서 폭소를 유발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하기 어려운 재미를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끝말잇기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오히려 오프라인 끝말잇기보다 더 정확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끝말잇기를 정확히 국어사전에 등록된 기준으로 판별해서 누구도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만화제목, 기업명, 유명인 등의 다양한 주제어로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프라인 쇼핑이 주지 못하던 편리함을 온라인 쇼핑이 제공하는 것처럼 온라인 놀이도 오프라인이 주지 못하던 재미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롤링스톤즈’ 멤버 믹 재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키스 리차드, 찰리 워츠, 로니 우드는 19일(한국시간) 열린 온라인 공연 ‘원 월드:투게더 앳 홈’에서 각자의 집을 온라인 카메라로 연결해 합주를 선보였다.(사진=유튜브 캡처)
이렇듯 온라인을 이용해 외로움을 달래는 놀이법은 팬 미팅, 사인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무관중 야구경기를 펼치며 원격응원을 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라이브 화상 채팅으로 팬과 만나 사인을 하고, 사인한 종이는 우편으로 발송해준다. 텅 빈 야구장은 온라인으로 연결한 팬들의 채팅 응원을 전광판에 띄우고 스포츠 팬들의 응원 목소리를 마이크로 입력받아 야구장에 울려 퍼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네이버 브이라이브(V LIVE)는 현장감 넘치는 8K 화질로 전 세계에 콘서트, 공연을 송출해주고 있다. 방탄소년단도 월드투어 공연을 하며 행사장에 오기 어려운 전 세계 팬들을 위해 공연 장면을 브이라이브를 통해 방송했다.

이미 콘텐츠,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커머스는 20년 정보통신기술(IT) 역사 속에서 개선과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재택수업과 재택근무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한 온라인 교육과 온라인 협업 툴의 개선에도 시동이 걸리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고 있다. 요즘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정작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 떠들고 놀고먹고 마시면서 느끼는 감정의 교류이다. 이런 재택놀이를 위한 IT 서비스가 이 같은 공백을 메워줄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1972년 서울 출생 △1993년 연세대 금속공학 석사 △2000년~2005년 이비커뮤니케이션 전략이사, 소프트뱅크유웨이 사업팀장, 리크루트 마케팅팀장 △2005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 △2011년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정보미디어 겸직교수 △2013년 SK플래닛 상무 △2018년 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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