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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10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법정에서 마주한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리는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증인석에 설 예정이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가족사·사생활을 관리하는 ‘집사’ 역할을 해 온 만큼 법정에서 어떤 진술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주요 보직을 맡는 등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뇌물·횡령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검찰 수사 협조한 ‘MB 집사’ 김백준, 증인석에선 어떤 진술하나
김 전 기획관은 그간 세 차례나 증인신문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재판부가 강제구인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히자 이날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한 결정적인 증언을 내놓을 경우 ‘1심 뒤집기’를 위해 증인신문을 자청한 항소심 전략이 되레 독(毒)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김 전 기획관은 삼성에 다스(DAS) 소송비 대납을 요청해 승인한 점, 국가정보원에 특수활동비 상납을 요청한 점 등을 털어놓는 등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이 전 대통령 측은 전략을 바꿔 항소심에는 대거 증인을 신청했다. 법정에서 이들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해 뒤집기를 시도한다는 노림수였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 지난달 27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일하던 김석한 변호사의 요청으로 다스 소송비 대납 사실을 실토한 뒤 “(소송비를 지원하면서) 어떤 특정한 사안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기 보다 도와주면 회사에 유익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가 2009년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기획관을 만났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삼성의 소송 비용 지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이 모든 사안은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된 사안”이라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거들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5일 법정에 출석해 정치자금 부정수수와 관련, 대가를 바라고 이 전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또 “명확히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금융기관장 이런 것은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린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학수·이팔성 등 불리한 증언 잇따라 …항소심 재판 ‘빨간불’
그러나 검찰은 이 전 국장의 입장 변화에 큰 무게를 두기 않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국장의 전반적인 증언 취지는 차명재산 내역을 문건으로 정리해 이 전 대통령에게 지속해서 보고했다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기획관마저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을 이어갈 경우 항소심 재판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통령 측은 김 전 기획관의 ‘치매설’을 거론하며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2일에는 김성우 전 다스 대표와 권승호 전 다스 전무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다스는 누구 것이냐’는 의혹의 실체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들이다.
김 전 대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스의 실소유자는 이 전 대통령으로 매년 초 다스 경영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판단과 함께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15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83억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