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에코’보다는 늦었지만 지난해 9월 SK텔레콤(017670)이 음성인식 인공지능(AI)스피커 ‘누구’를 출시한 뒤 KT(030200)가 올해 1월 ‘기가 지니’를 선보였다. 포털 1위 네이버(035420)도 자사의 AI 서비스 ‘아미카’ 기반 스피커를 상반기 중 출시한다.
여기에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인 솔트룩스의 ‘아담’ 기반 스피커, 하반기 한글 버전 출시가 예고된 구글의 ‘구글 홈’ 등을 합치면 연말까지 스피커 형태의 AI 제품이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각 회사가 가진 장점에 따라 공략 시장도 다르다. 아직 기술이 성숙하지 않아 특정 분야에 강점을 보인다는 점,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해 AI 생태계 조성에 나서려 한다는 점도 경쟁의 전면화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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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누구’는 출시 6개월 만에 6만대 이상 팔렸다. 하루 300~400대 정도 팔린 셈이다. ‘누구’는 독립형 스피커로 출시됐지만 지난해 12월 Btv와 연동하는 상용 서비스 시작했다. 음성인식을 통한 TV 콘텐츠 검색, 재생, 전원 및 볼륨 제어가 가능하다.
KT의 ‘기가 지니’는 처음부터 TV 연동형(셋톱박스 대체용)으로 개발됐다. 모양은 스피커이지만 올레TV 가입자는 IPTV 제어까지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인공지능 스피커로 쓸 수 있다.
현재 ‘누구’는 11번가, T워드다이렉트, G마켓 등에서 스피커 형태로 판매되고, ‘기가 지니’는 주로 IPTV 가입자의 셋톱 교체 상품으로 판매되지만, 앞으로 통신사 AI 스피커들은 주로 셋톱교체 수요를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강국현 KT 마케팅 부문장 역시 “KT가 1년에 파는 IPTV (셋톱)가 120만 명이 넘는다. 그 중에서 충분히 기가 지니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누구’는 14만9000원, ‘기가 지니’는 29만9000원이다. ‘기가 지니’는 월 임대료 4400원에 셋톱박스 대신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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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음성인식 AI ‘아미카’를 기반으로 준비 중인 스피커는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모델명이나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네이버가 보유한 백과사전 등 방대한 콘텐츠가 최대 강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포털 검색으로 숙제 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 네이버 스피커는 새로운 세상을 열어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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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지난해 누구나 자신의 제품에 알렉사를 탑재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 개발자도구(SDK) ‘알렉사 스킬 키트(ASK)’를 내놓은 후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세계 인공지능 무대의 중심을 차지했다. 아마존 음성인식 스피커 ‘에코’에만 알렉사를 탑재하다가 이를 개방했고, 덕분에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국제 전자박람회 ‘CES 2017’에서 알렉사 탑재 AI 제품들이 쏟아진 것이다.
레노버는 알렉사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어시스턴트’를, 화웨이는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폰 ‘아너9’를, 자동차 회사 포드는 알렉사 기반의 커넥티드카를, LG전자는 알렉사와 연동된 ‘웹OS’가 탑재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인공지능 API를 공개하지 않으면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도 각 도메인별로 특화 기능을 선보이면서 거실과 공부방 등에 1, 2대 씩 설치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PI가 공개돼 AI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집에 있는 기존 스피커에 AI 기능을 얹는 3만 원 짜리 제품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같은 맥락에서 SK텔레콤은 최근 하반기 께 음성·영상 인식 등 AI 기술에 대한 API를 일반 기업에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