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졸속유치 논란]선정 과정 베일에…주먹구구 계약에 눈감은 교육청

美SJA는 정부 지원 받는 '바우처 스쿨'
본교 이사회 서명 없어 '허위 작성' 가능성
본교생 동등 대우? 학점 교환 인정 안 돼
  • 등록 2016-07-22 오전 6:30:00

    수정 2016-07-22 오전 6:30:00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해울이 미 버몬트주(州)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와 접촉한 뒤 올해 2월 제주교육청의 설립계획 승인을 받기까지 지난 4년간의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SJA가 명문 사립학교인지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본교 이사회의 서명이 빠진 채 체결한 협력사업계약(CVA), 해울이 제주교육청의 ‘보완’ 조치를 무시한 채 착공식을 강행한 이유, 이런 상황에서 제주교육청이 설립계획을 승인한 배경 등 납득하기 힘든 의문점 투성이다.

국제학교 유치는 공개 모집 방식을 원칙으로, 외국 사립학교들의 제안요청서(RFP)를 평가한 뒤 심사를 거쳐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SJA는 순서가 바뀌었다.

SJA제주 설립심의위원회(위원장 이인회 제주대 교수 이하 심의위) 관계자는 “이미 학교를 선정한 뒤 최종 설립계획을 만들어 나갈 때야 (심의위가)개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공익감사청구를 요청받은 감사원은 해울의 SJA제주 유치 및 제주 교육청의 승인 과정 등 사업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심의위 조차 몰랐던 SJA 선정…‘반쪽 계약’ 맺고 착공

제주국제학교는 개교 2년 전에 설립계획 승인을, 본 승인인 설립 승인은 개교 6개월 전까지 받게 돼 있다. 하지만 심의위 측은 지난해 11월 제주 한 호텔에서 브래들리 애슐리 SJA제주 교장 내정자를 만나기 전까지 SJA가 어떻게 네 번째 국제학교로 선정됐는지조차 알 지 못했다.

해울이 SJA의 해외학교설립목적영리법인(KDC)과 정식 계약을 마치기도 전에 착공을 서두른 배경 역시 의문이다. 심의위 관계자는 “해울이 교육청의 설립계획 승인 전에 파트너십(TA·Teaming Agreement) 서류를 제출했지만 정식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양해각서(MOU)에 불과했다”며 “본교 이사회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도 법적 청구 등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법적 책임과 의무 등을 담은 협력사업계약서(CVA)에 본교 이사회의 서명이 빠져 있다는 점도 유치작업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방증한다.

본지가 입수한 협력사업계약서 발췌록에는 △SJA는 KDC의 모든 의무 실행에 대한 책임을 진다 △SJA는 SJA 또는 KDC의 위반으로 인해 JDC 또는 해울에 발생하는 과태료·법적 책임·직접 손실 등 모든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해울에게 SJA의 지적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등의 조항들이 포함돼 있다. 본교 이사회 서명이 없는 것은 해울이 SJA 본교 측에 국제학교 유치 사업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본교 이사회 측이 협력사업계약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해울 관계자는 “협력사업계약서에 본교 교장이 이사회의 대표로 위임 받아 서명을 했다”며 “이사회 구성원들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어 급하게 의사결정을 할 일이 있으면 학교장이 양해를 구해 권한을 위임받은 뒤 이사회 승인을 추후에 따로 받는다”고 말했다.

심의위 측은 해울 측이 말을 바꿨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심의위 관계자는 “해울이 심의위에는 본교 이사회 회의를 열어 계약 내용을 설명했고 상임위원회 승인을 거쳐 교장에게 서명 권한을 위임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이사회 공식 서명 대신 편지에 사인 받아 제출

해울 측은 본교 이사회와 KDC 간 관계를 명시한 협력사업계약서와 관련 SJA 본교 이사회의 회의록 등 법적 증거 자료를 심의위에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의위는 지난 4월 이사회 서명이 담긴 협력사업계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지만, 해울은 이사회 구성원 각각의 입장이 담긴 편지에 서명을 받아 온 것으로 대신했다. 그럼에도 제주교육청은 이를 증빙 자료로 인정해 설립계획을 승인했다.

제주교육청은 관련 규정이 없는 만큼 계약서 대신 편지에 서명을 받아온 것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교육청 관계자는 “설립계획을 승인할 때 심의해야 할 부분은 설립 주체의 법인 자격과 국내 설립과 관련 이사회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등”이라며 “협력사업계약서에 본교 이사회 서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승인 심의 기준에 들어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 유치를 위한 허위·과장 광고도 논란거리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는 SJA제주 홍보 광고판에 ‘NEASC 인증’을 받은 학교라 소개하고 있다. NEASC(New England Association for School and College)는 미 초중등 및 대학 인증 기관 중 하나다. 하지만 인증은 개교 후 몇 년간의 운영 평가를 거쳐야 받을 수 있다.

또 ‘본교 졸업생과 동등한 자격 취득’이라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SJA제주는 본교와 학점을 교환하거나 본교와 동일한 학점을 인정하지 않는 독립적인 학교로 운영될 예정이다. 본교가 직접 투자를 하는 분교(branch school)나 교육과정을 빌려서 쓰는 프랜차이즈 스쿨이 아닌, JDC가 교육과정·학사운영 등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설립하기 때문이다.

해울 관계는 “현지 교육과 국내 교육 실정은 지리적·사회적 풍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본교와 달리 SJA제주가 유치원 과정부터 운영하는 등 어느 정도의 변화를 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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