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충남 금산군에서 열린 세계인삼축제에서 백 대표는 인삼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메뉴를 선보였다. 그런데 백 대표와 협업한 가게로만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외곽의 다른 가게들은 장사를 망쳤다는 원성을 들었다. 서로 같이 살아야 하는데 한쪽만 살리니까 그 옆은 다 죽는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소상공인 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같은 상권 내에서 한 점포의 장사가 잘되면 다른 점포의 장사가 안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전에 디자인 역량이 우수한 어느 대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지방 중소도시에 소재한 전통시장 점포의 간판과 진열대를 세련되게 바꿔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지원받은 점포만 잘되고 다른 점포는 장사가 잘 안된다는 민원이 발생하는 바람에 전통시장 점포개선 사업을 중단했다. 역시 착한 일 하고 욕먹은 꼴이다.
동네슈퍼를 현대화하는 나들가게 사업도 마찬가지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나들가게로 변신한 동네슈퍼마켓의 경쟁력이 높아지니 주변의 다른 동네슈퍼들이 침체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나들가게 사업이 성공적일수록 인근 상인들의 피해가 커지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난다. 상권 내 경쟁구도에 변화가 없으면 나들가게 지원성과가 미미한 것을 의미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상권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서 지자체가 자율상권구역을 지정하고 상권 차원의 상생과 활성화를 위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공동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역상권법’(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은 2021년 제정돼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역 단위의 상권을 차별적으로 활성화하는 정책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지역경제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상권활성화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상권쇠퇴현상은 앞으로도 개선될 기미가 안 보인다. 올 3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6%로 집계됐데 연간 전망치인 1.4%를 달성하는 것도 불투명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이 하락세를 이어가 2030년에는 1%대로 낮아져 저성장이 고착화 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경제가 곤두박질치는데도 정치권은 이념 논쟁과 권력 투쟁에만 몰입하고 있다. 민생 법안은 돌보지 않은 채 오히려 경제를 옥죄는 법안만 남발한다.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도와주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일몰이 연장되지 않은 반면 노조의 불법쟁의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말로는 소상공인을 살린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소상공인을 죽이는 행위를 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올 3분기 성장률이 4.6%로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실현한 것은 소비자 지출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양호한 경제성장 덕분에 미국의 지역상권과 소상공인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직 대통령이 기소돼 있고 권력 서열 3위인 하윈 의장이 해임되는 사태에서도 경제살리기에는 여야 할 것 없이 일사불란하다.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우리 정치인들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날은 언제나 올 것인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소상공인을 살리는 최선책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만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