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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출신 공공기관 여성 임원인 백숙희(59)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상임이사와 김남희(59)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상임이사는 2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백 이사는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코이카 설립 27년 만에 처음 탄생한 내부 출신 여성 임원이다. 그는 공공기관의 두터운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기관장이라고 했다. 실제 27년 만에 이뤄진 첫 여성 임원 탄생은 이미경 전 코이카 이사장의 강력한 의지가 결정적이었다. 여성운동가 출신으로 5선 의원을 지낸 이 전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임원 및 주요 보직 여성 비율 40%’를 10대 과제 중 하나로 추진했다.
백 이사는 “코이카내에서도 오래전부터 여성 임원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았다. 하지만 이 전 이사장 취임 후에야 이뤄졌다”며 “정부가 기관장에게 여성 임원 배출을 장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이카는 백 이사 이후 여성의 주요 보직 진출이 더 빨라졌다. 1·2급 27명 중 여성은 6명에 불과하지만, 3·4급 이하는 이미 여성 비율이 더 높다. 주요 보직의 여성 발탁도 더 잦아졌다.
백 이사는 첫 여성 임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백 이사는 “저를 비롯한 많은 여성 직원들이 ‘여자라서’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남들보다 더 노력한다”며 “제가 잘해야 후배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10여년 전부터 여성 임원을 꾸준히 발탁해 왔다. 현재 김선민 원장을 비롯해 상임임원 5명 중 3명, 전체 임직원 중에선 77%가 여성이다. 오히려 남성 역차별 우려마저 나올 정도로 여성비율이 더 높은 공공기관 소속임에도 김 이사 역시 공공기관의 유리천장 문제에 대한 우려는 컸다. 두 사람은 여성 임원 탄생만으로 조직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백 이사는 “여성 임원의 탄생만으로 후배 여성 직원들에겐 큰 동력이 된다”며 “조금 더 섬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리더십과도 차별화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도 “젊은 직원들이 많은 조직의 특성상 세대 갈등에 대한 내부 고민이 많다”며 “여성 임원들이 가진 수평적인 생각이 소통에 더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 사내복지제도…성평등으로 이어져
두 공공기관이 여성이 근무하기 좋은 기관으로 평가받는 것에는 높은 수준의 사내 복지제도를 꼽았다. 백 이사는 “유연근무제, 자유로운 육아휴직, 좋은 시설을 갖춘 사내 어린이집 등 코이카가 성평등을 제대로 하는 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도 “육아휴직 확대 등 복지제도 변화가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시행하는 것이 심평원의 강점”이라며 “심평원에선 남녀 누구나 일과 가정을 병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선 지난해 11월 디지털혁신추진단장(1급 갑)에 여성인 전혜수(53) 단장이 승진·임명돼 화제를 모았다. 전체 여성 인력 비중이 13%에 불과하다. 한수원 내에서 1급 갑은 이사·임원 다음의 고위직이다.
그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내 여성 네트워크를 보완하기 위한 회사 차원의 컨설팅 강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단장은 “보직 이동할 때 팀장·부장과 공감대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가기 쉽다”며 “보직경로 등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고위직으로서의 강점에 대해선 유연성을 꼽았다. 이 단장은 “딱딱하게 조직을 이끌지 않는다”며 “남성 상사보다는 쉽게 얘기를 들어주다 보니 문제점 해결 방안을 더 쉽게 찾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