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구경] ‘너랑나랑’ 서울의 근현대사를 돞아보다

서울 강북구 역사탐방길 '너랑나랑우리랑'
  • 등록 2020-09-30 오전 7:30:00

    수정 2020-09-30 오후 8:45:11

솔밭근린공원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보름달처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 추석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을 찾아가기도, 여행을 가기도 조심스럽기만 한 시기다. 이에 가까운 서울 도심에서 자연과 더불어 위안과 휴식을 느낄수 있는 곳을 소개한다. 처음 소개할 지역은 서울 강북구다. 강북구에는 근현대사 관련 유적지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3.1만세 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과 독립운동가 묘역, 국립4.19민주묘지 등 독립을 염원하는 함성으로 가득했던 곳이다. 특히 강북구는 이 명소들을 트레킹 코스로 엮어 ‘너랑나랑우리랑’ 역사 탐방길을 조성했다.

너랑나랑우리랑건강조은센터


너랑나랑 한국의 근현대사를 둘러다

너랑나랑우리랑 트레킹 코스의 들머리는 우이동 만남의광장. 이어 봉황각을 거쳐 북한산둘레길 1구간 ‘소나무 숲길’의 소나무쉼터와 솔밭근린공원, 북한산둘레길 2구간 ‘순례길’의 국립4·19민주묘지 전망대를 지나 근현대사기념관까지 걷는다. 총 거리가 약 4km이며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출발지인 만남의 광장 입구 북한산 전망 포토존에 서면 우뚝 솟은 북한산 세 봉우리가 또렷하게 보인다. 북한산 정상 백운대를 만경대와 인수봉이 좌우에서 호위하는 듯하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광장 시계탑 아래에 있는 ‘너랑나랑우리랑건강조은’ 센터부터 들러보자. 이곳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와 강북구 보건소에서 나온 상담사가 너랑나랑우리랑 코스 정보와 혈압, 체성분, 혈당 측정 및 건강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너랑나랑우리랑 스탬프 용지를 받아 날인하는 것도 잊지 말 것. 우이동 만남의광장, 소나무쉼터, 4.19 전망대, 근현대사기념관, 네 곳에서 스탬프를 다 받으면 코스 주변 음식점에서 10% 할인해준다.

봉황각


항일독립운동을 이끌 지도자 양성하던 ‘봉황각’

너랑나라우리랑건강조은 센터에서 3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봉황각이 나온다. 봉황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호)은 3·1 만세운동 민족대표 33인의 대표인 의암 손병희(1861~1922) 선생이 항일독립운동을 이끌 천도교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1912년에 건립한 교육시설이다. ‘봉황이 깃들어 사는 집’이라는 뜻으로, 봉황과 같은 큰 인물을 길러내겠다는 손병희 선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

손병희 선생은 잃어버린 나라를 10년 안에 되찾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1912년부터 1914년까지 전국 각지의 천도교 수련생 483명을 교육했다. 이들이 훗날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3·1 만세운동을 주도한 것이다.

또한, 민족대표 33인 중 15인이 봉황각 수련생이었다. 봉황각을 ‘3.1정신의 발원지’, ‘3.1만세운동의 발상지’라 부르는 이유이다. 손병희 선생의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봉황각 앞에서 3·1 만세운동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자원봉사단체, 시민단체, 학생, 강북구 13개 동대표 등 약 2,000여 명이 참석하는 큰 행사이다.

손병희 선생묘역


3.1만세운동의 주역 ‘손병희’

봉황각은 역사적 가치 못지않게 풍광도 수려하다. 봉황각 뒤로 백운봉, 인수봉, 망경봉, 노적봉, 영봉이 병풍처럼 늘어섰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원더풀’을 연거푸 외칠 정도로 경치가 빼어나다.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방문하면 북한산 능선이 가장 잘 보인다.

봉황각 왼쪽에는 손병희 선생이 7년 동안 살았던 살림집이 있다. 봉황각과 같은 시기에 지은 건물이며, 당시 유물과 손병희 선생의 부인 주옥경 여사의 사진이 남아 있다. 주옥경 여사는 손병희 선생인 서대문교도소에 투옥되었을 때 교도소 옆 초가에 살면서 옥바라지를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봉황각 맞은편 언덕으로 올라가면 손병희 선생 묘역이 나온다. 뒤로는 북한산이, 앞으로는 도봉산 오봉이 훤히 보이는 명당이다. 묘역 둘레에 소나무들이 좌청룡 우백호처럼 둘러섰고, 좌우에는 3·1독립선언서 비석과 노상 이은상 선생이 손병희 선생을 기리며 쓴 시비가 세워져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상해에서 귀국해 손병희 선생 묘역에 가장 먼저 들렀다고 한다.

봉황각 앞에 있는 붉은 벽돌 건물은 봉황각 별관이다. 원래 1921년 종로구 경운동에 지은 천도교 중앙총부 건물이었는데, 1969년 지금 자리로 옮겨와 본 모습대로 다시 지은 것이다.

국립 4.19묘지 전망대


산책하듯 숲길을 거닐다

봉황각에서 조금 내려와 북한산둘레길 1구간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다. 너랑나랑우리랑 코스는 북한산둘레길 1·2구간과 대부분 겹친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숲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걷기에도 좋다. 1구간 중간 지점인 소나무쉼터에 도착하면 심폐소생술과 응급처치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야외이므로 겨울철 및 우천 시에는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운영한다. 다만, 동절기에도 스탬프를 찍을 수 있게 마련되어 있어 스탬프 투어를 하는데는 문제없다.

북한산에서 가장 많은 소나무를 볼 수 있는 소나무 숲길 구간은 우이동 솔밭근린공원에서 정점을 찍는다. 도심 공원에 소나무 971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산다는 사실이 놀랍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청량한 향기를 마시며 흙길을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휴식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솔밭근린공원을 지나면 북한산 둘레길 2구간 ‘순례길’로 이어진다. 독립유공자 묘역과 광복군 합동 묘소, 국립4·19민주묘지 등을 지나는 구간이다. 국립4·19민주묘역이 훤히 보이는 전망대에서 문화관광해설사에게 4·19혁명의 역사를 듣고, 순국선열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국립4.19민주묘역은 1960년 4·19혁명 때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290명의 영령을 모신 곳이다. 묘역 안에 이들을 기리는 기념탑과 전시 공간인 4·19혁명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근현대사 기념관 야외 조각상


우리나라 근현대사 교육현장 ‘근현대사기념관’

전망대 이후로는 독립운동가 강재 신숙(1885~1967) 선생 묘소와 여러 독립운동가를 소개한 안내판을 차례로 만난다. 계곡을 바라보이는 데크 산책로를 지나면 근현대사기념관 뒤쪽 출입구가 보인다.

근현대사기념관은 우리나라 근현대사 교육 현장이며, 순국선열의 항일투쟁과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이곳을 많이 방문한다. 1층 상설전시장은 동학농민운동부터 3·1만세운동, 4·19혁명에 이르기까지의 근현대사 유적, 유물,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3·1독립선언서(1919)와 한국광복군 서명문 태극기(1946), 해방 이후 출판된 각종 도서 등을 볼 수 있다. 2층 기획실에서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다채로운 기획·특별 전시를 연간 2~3회 정도 개최한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문을 닫아 놓은 상태다. 자료=서울관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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