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웹툰시장이 최근 급격히 외형을 키우고 있다. 신생 웹툰 플랫폼이 대거 생기면서 주요 포털 웹툰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있다. 전연령이 보는 작품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유료 웹툰들이 독자층도 점차 넓혀가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 만화를 넘어 문화로까지 확대될 수 있는 대표 콘텐츠, 국내 웹툰 작품들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주의:일부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그림=다음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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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웹툰 ‘계약우정’나는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사회의 시선, 누구의 기대만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 다음웹툰 ‘계약우정’은 청소년기 2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삶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분명 배경은 고등학교이지만 이들이 그려내는 삶의 무게는 성인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웹툰은 청소년의 시각으로 일반 성인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차분히 제시해 준다. 다소 내용 전개가 무겁지만 웹툰의 주제는 뚜렷하다. 마냥 쉽게 스크롤을 내리기 힘든 이유다.
웹툰은 2명의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평범하지만 문학에 재능이 있는 고등학생 ‘찬홍’, 막노동까지 하며 자신의 삶에 대해 강한 책임감을 가진 ‘돈혁’이다. 평범했던 찬홍이 돈혁을 만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고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전까지 찬홍은 어머니 요구대로 학원을 다니고, 좋은 대학을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길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일반적인 학생이었다. 그런 와중에 돈혁을 만난다. 괴롭힘을 당하던 찬홍이 돈혁의 도움을 받으면서 대가로 월세를 대신 내주면서 이둘의 관계는 깊어진다. 학원비를 월세로 내버린 찬홍은 갈 곳이 없어지고, 결국 돈혁의 자취방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은 찬홍에게 자아성찰의 기회를 부여한다. 그 옆에는 어린 시절 다양한 경험을 가진 돈혁의 조언까지 더해지면서 찬홍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다.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면 행복해질까?’ 이런 고민에 빠진 찬홍은 자신의 꿈인 작가를 위해 시간을 갖기로 한다. 찬홍은 자신을 묵묵히 지지해주는 돈혁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간다.
‘계약우정’의 장점은 뛰어난 표현력이다. 주인공들의 심리 묘사를 생각치 못한 창의적인 연출로 그려내 독자들의 공감을 산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우 ‘세윤’과 사귀는 과정에서 찬홍이 점차 세윤의 색으로 물드는 연출을 한 것도, 돈혁이 과거 악마처럼 변하게되는 과정 등을 직관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같은 심리 묘사 연출이 많아 독자들로 하여금 몰입의 끈을 끝까지 이어가도록 도와준다. 작화 역시 직설적이다.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하기엔 다소 과격(?)한 인상의 돈혁이나, 연출 과정에서의 일부 자극적인 표현 등을 권라드 작가만의 강한 터치로 그려낸다. 다소 남성적인 측면이 강하지만 웹툰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일반적인 청소년 웹툰들과 달리, ‘계약우정’은 청소년부터 성인들에게까지 강한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삶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하게끔 해주는, 한 번쯤은 쉬어가야할 타이밍에 봐야할 웹툰인 듯하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 ‘계약우정’은 다음달 6일 총 4부작으로 KBS2TV를 통해 드라마화된다. 배우 이신영, 신승호, 김소혜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