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지만 요즘 전세시장은 예년 이맘 때 반복되던 전세난과는 다른 모습이다.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가 하면 전국적으로도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은 최근 8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전셋값 상승폭 둔화가 전세시장이 장기적 안정세로 접어드는 전조라는 분석과 올해 매매시장 위축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풀 꺾인 전셋값 상승세… 입주 물량 증가 영향
6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4% 올라 2009년 1월(-1.21%)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서울도 지난달 전셋값 상승률이 0.06%에 그치며 전년 동기(0.36%) 대비 오름폭이 크게 줄었다. 통상 홀수해의 전셋값이 짝수해보다 크게 오르는 ‘홀수해 효과’도 최근 전세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달에는 지난달보다 50% 이상 늘어난 3만 5608가구가 전국에서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8720가구로 입주물량이 가장 많고 이어 충남(5145가구), 경남(3922가구), 경북(3792가구), 서울(3456가구) 순이다.
“전세시장 안정세 지속” vs “일시적 현상”
이 같은 전셋값 상승폭 둔화를 놓고 올해 전세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시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도 “입주 물량이 늘어난 데 더해 지난 2년간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월세 시장에서 임차인들의 월세에 대한 수용력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올해 전세시장 안정화에 무게를 실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대출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얼어붙은 주택 매매시장이 회복되지 않으면 매맷값 하락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전셋값 상승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한국감정원이 전국 공인중개사 2000여명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셋값 상승을 점친 중개사의 56.7%가 그 원인으로 매맷값 하락 우려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를 꼽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지난해는 매매시장의 호황으로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하는 수요가 많았다면 올해는 매맷값 하락을 예상해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며 “전셋값 약세는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와 지역에 따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