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우리의 선물 문화에 대해서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명절 선물이 부정 청탁 같은 우리사회의 부패 부조리를 조장하는데 이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많았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설에 나타난 변화는 아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어느 지인은 설 명절을 맞아 거래처에 5만원 이하 선물을 보냈는데 “이런 건 보내지 말라”는 좋지 않은 반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김영란법 때문에 이 금액 이상은 보낼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이번 설 선물은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에 가까운 사람간에 정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은 오히려 되살아나는 듯하다. 부모님이나 어르신에게 보내 드리는 생활용품이나 부담 없는 사이에 주고받을 수 있는 먹거리 선물이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의 어려움보다 좀 더 넓게 멀리보자.지금 내가 기쁘게 받은 선물 하나가 훗날 내 자신을 부정청탁의 덫으로 내모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기업 역시 막대한 선물비용을 줄이면 원가가 절감되고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진다. 지금 지구촌은 무한 경쟁시대다. 경쟁력은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것을 이룬다. 국가 사회도 경쟁에서 이겨 영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지도층의 청렴이 필수이다. 역사적으로 장수 국가는 모두 청렴했다. 조선왕조 500년도 그래서 가능했다. 말기에 이 기풍이 무너지자 외세의 침략에 앞서 먼저 망국의 조짐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선물이 다 없어져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주고받아야 인정이 오가는 미풍양속은 이어져야 한다. 이 판단 기준을 개인이 스스로 자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한 ‘박기후인(薄己厚人)’의 도덕률을 제안하고 싶다. 특히 받는 사람 입장에서 그렇다. 자기에게 엄격하고 주는 남에게 관대 하여야 한다. 공적이거나 업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하면 절대 후환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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