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하다 다친 소방관 8명 중 7명 '자비로 치료'

인권위-고려대 연구진, 8525명 소방공무원 실태조사
부상자 8명 중 1명만 공무상 요양승인 받아
인사 불이익 있고 공상신청 부상기준 없어 신청 못해
김승섭 교수 "공상처리 시스템 바꿔야"
  • 등록 2015-11-12 오전 7:08:00

    수정 2015-11-12 오전 8:23:16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사고현장에 출동했다가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는 119 소방대원 8명 중 7명이 자비로 치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려대 산학협력단(김승섭 교수)에 의뢰해 화재진압, 구조, 구급, 119종합상황실 업무를 맡고 있는 전국 소방직 공무원 8525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실태조사를 한 결과 1일 이상의 요양이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 1348명 중 173명(12.8%)만 공무상 요양을 신청해 승인 받았다. 이는 부상자 8명 중 1명꼴로만 요양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7명은 자비로 치료한 셈이다.

부상 경험이 있는 소방공무원 중 1123명(83.3%)은 부상을 당해도 공무상 요양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들 대원들은 △기관의 행정평가상 불이익(37.8%, 943명) △복잡한 신고절차(25.5%, 620명) △공무상 요양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부상 기준의 부재(25.0%, 609명) 등의 이유로 공무상 요양승인신청서조차 내지 못했다.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부상 자체를 줄이려는 게 아니라 정부 등에 보고되는 공상자 숫자를 인위적으로 줄이려고 하기 때문에 자비로 치료하게 되는 것”이라며 “공상 신청 매뉴얼도 없고 공상 담당 소방직 직원도 없는 현행 공상 처리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 접수된 소방직 공무원의 ‘공무상 요양승인신청’ 건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411건이다. 2012년에는 407건, 2013년 393건, 2014년 432건에 이어 올해는 294건(7월 기준)이다. 이는 전국 소방직 공무원 4만 406명(올해 1월 기준) 중 1% 수준에 불과하다.(이데일리 11월 9일자 4면 ‘[나는 소방관이다]“다치면 상여금 삭감”..119는 아파도 참는다’ 참조)

공상 판정은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에서 실시하고, 이의가 제기되면 인사혁신처의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한다. 안전처,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공단은 이달까지 소방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인권위는 12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11층)에서 ‘소방공무원의 인권상황 실태 파악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 김승섭 교수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성시경 단국대 공공관리학부 교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영국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복지계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화재 진압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 헬멧을 만지고 있다.(사진=서울시 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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