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아직 일할 수 있는 걸요. 더 도전해야죠.” 32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차윤회(57)씨는 정년 퇴직 2년을 앞두고 회사가 마련해준 전직지원제도를 활용해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지난달부터 익숙한 컴퓨터 대신 조금은 낯선 공구를 들기 시작했다.
은퇴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차씨의 사례처럼 은퇴를 맞이한 5060세대가 새 삶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은퇴자를 재고용하려는 기업도 느는데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은 이들을 모시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 신중년 특화과정 수강생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한국폴리텍대학 서울정수캠퍼스에서 실습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폴리텍대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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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학이 운영하는 ‘신중년특화과정’의 올 상반기 경쟁률은 평균 301.6%(정원 2550명)에 달한다. 앞서 2022년 209.4%, 2023년 228.9%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한국폴리텍대학은 2년제 평생직업능력개발학교로 전국 35개 캠퍼스와 5개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관계자는 “학기당 130만원 내외의 비교적 저렴한 등록금과 높은 취업률이 장점이다보니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커리큘럼에 은퇴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지난 2022년 이후 입학정원의 약 60%가량이 55세 이상의 장년층으로 채워졌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 (그래픽=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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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도 고학력 은퇴자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HD현대삼호나 KT 등 대기업들은 퇴직자를 재고용해 후배들의 멘토로 활용하고 있다. 아예 정년을 없애 숙련된 노동자들이 은퇴하지 않고 일을 하도록 하는 중소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은퇴자들 모시기에 나선 건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특히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소도시들은 은퇴자들의 귀농·귀촌을 장려하기 위해 일정 기간 무료로 생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업 및 지자체가 연계해 앞으로 늘어날 고령 인구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필요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