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84명 `또 역대최저`…수십兆로도 못 막는 인구절벽

합계출산율 0.84명, OECD 평균 한참 밑 '꼴찌'
작년 출생아수 사상 첫 20만명대로 떨어져
저출산예산 수십조에도 합계출산율 하락 빨라
"효율성 높이고 인구감소 상황 적응도 높여야"
  • 등록 2021-08-26 오전 6:43:29

    수정 2021-08-26 오전 6:43:29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공지유 기자]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인 0.84명까지 떨어졌다. 연간 출생아 수도 20만명대로 내려앉았다.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제 36회 맘앤베이비엑스포’에서 주부들이 아기용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매년 수 십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인구 절벽`은 가팔라지고 있다. 단기간에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보상적 성격의 지원보다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청년세대 지원책과 함께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적응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 한 명도 안 낳는다’…韓 합계출산율 OECD ‘꼴찌’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의 0.92명 보다 0.08명(-8.9%) 감소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역대 최저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면 저출산으로, 1.3명 이하면 초저출산 상태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지난 1983년 2.06명을 기록해 저출산 국가로 진입한 이후 2001년에는 1.3명 이하로 떨어져 초저출산 수준에 도달했다. 이어 지난 2018년에는 합계출산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대 아래로 내려선 이후 3년 연속 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2019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지난해 출생아 수 또한 처음으로 20명대까지 내려앉았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 2300명으로 1년 전보다 3만 300명(10.0%) 줄어 역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0년대만 해도 10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0만명대, 2017년에 30만명대로 추락했고 지난해에는 20만명대로 진입한 것이다.

수십조 대책도 역부족…“효율성 높이고 적응력 높여야”

정부는 이 같은 저출산에 대응해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바탕으로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2019년부터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저출산 대책을 펼치고 있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책 예산은 35조7000억원, 올해는 42조9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매년 수 십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 무색하게 합계출산율 감소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기존 아동양육가구와 영유아에 대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에서 최근 들어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지원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혜자 입장에서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국회와 감사원의 공통된 지적이다.

감사원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을 통해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신혼부부에게 공급된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대비 계약 비율이 51%에 불과했는데, 이는 신혼부부 생활 지역을 고려하지 못한 입지 요인 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과 매입임대 주택에 다수의 미임대 주택이 발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택의 면적이나 지역 등 청년과 신혼부부의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는 동시에 아이 양육에 적절한 주거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현금지원사업의 한계도 지적됐다. 출산장려금 지원은 지자체의 저출산 대책 예산의 절반 이상(52.6%, 2019년 기준)을 차지하는 사업이다. 감사원은 그러나 “출산장려금 지원 사업으로 해당 지역 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출산 후 지역 이동으로 인해 해당 지자체의 지속적 인 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되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에 대한 보상성 지원으로 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젊은 세대의 일자리, 주거문제와 함께 아동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저출산 고착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민감한 직무중심으로의 보수체계 개편이나 노인 연령 상향 등의 논의는 진척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2기 인구정책 TF에 포함됐던 이같은 과제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3기 TF 과제에는 담기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로우대제도 개선은 이번 TF에서는 논의하지 않았고 임금체계 개편은 앞으로 경사노위 연구회를 신설해 논의하겠다는 방향이 잡힌 정도”라고 밝혔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가 줄어드는 건 저출산 대책으로 되돌리기엔 한계가 있는 정해져 있는 미래로, 앞으로 이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이같은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료=국회 예산정책처 ‘저출산 대응 사업 분석·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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