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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산은 멀고 숲은 어두운 곳. 진초록 평원에 집 한 채가 서 있다. 인기척은커녕 불까지 꺼져 있는 집. 설사 누군가 있다고 해도, 창에 내린 커튼이, 창살에 붙인 문종이가 그 자취를 겹겹이 차단하는 중이다. 어떤 이의 안과 밖은 이렇게 나뉘는가.
바람소리까지 죽여버린 듯한 고적한 이 장면은 동양화를 그리는 젊은 작가 김혜영의 붓끝에서 나왔다. 작가는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화면에 옮긴단다. ‘특별’이란 평범하고 소란한 이미지를 빼버린 상태인가 보다. “조용함을 듣는” “소리 없이 대화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니.
짜내면 고독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참 묘한 ‘초록의 틈에서’(2020) 저 안에 머물던, 혹은 머물게 될 누군가가 문득 궁금하다.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굄: 소리 없이 대화하는’에서 볼 수 있다. 광목에 채색. 72.7×91㎝.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