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9부 능선을 넘으면서 KDB생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KDB생명 매각은 KDB산업은행 내에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구조조정 현안 중 최대 과제로 손꼽혀 왔다. 다만 업황 악화 탓에 난항을 겪고 있어, 이동걸 산은 회장이 공언했던 ‘연내 매각’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출자관리회사인 KDB생명의 인수 후보군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지만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탓에 산은은 KDB생명의 예비입찰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달 중 LOI를 받고 예비적격후보(쇼트리스트)를 정한 후 올해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산은의 KDB생명 매각 추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산은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650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유상증자 등으로 수천억원을 더 투입했다. 그럼에도 2014~2016년 세 차례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KDB생명도 산은과 금호간 10년 악연의 흔적”이라고 했다.
최대 악재는 보험업황 악화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과거 고금리 확정상품이 역마진 상태인 데다 자본규제 강화로 자본 확충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명보험 산업은 경기 둔화에 따른 보험가입 여력 위축 등으로 수입보험료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KDB생명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한 금융지주사의 인사는 “포트폴리오 계획상 생명보험사를 살 계획은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의 매각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최근 KDB생명 매각가로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은 최저 2000억원까지 공개적으로 밝혀 주목 받았다.